-22. 늘 기억하는 것들
늘 기억하는 것들
오늘도 여의도 5층이다.
5층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왜 9가 아니고 8이 아니고
5층인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TV 소리만 크게 들린다.
고등학생때 읽었던 <幸福語 사전>이 불현듯 떠오른다.
서재필에게는 차성희가 있었는데
내겐 누가 있지?
그에겐 안민숙도 있고
또 여러 여자들이 있었지.
남자들이 꿈꾸는 로망이지.
시마과장도 그렇고 서재필도 그렇고
모든 남자들이 꿈꾸는 세상,
갑자기 떠오른 단상,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보호 받아야할 권리에서
사람들은 항상 갈등을 일으킨다.
아무튼 한 달에 하루 문학사상이 나오는 날,
그 책을 빨리 읽어야 겠다는 집념에
집에 부지런히 달려 오던 그 때가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날들은 언제나 행복하다고 생각되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덜했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래도 좀 더 나았다고 생각된다.
책 읽고 밤새 글 쓰던 그 시절,
돌이켜 보면
무엇을 꿈꾸었나,
한, 28살까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
李箱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
허영이었다.
어찌되었던 오래 사는 게 더 좋다.
재능은 이상보다 못하고
栗谷의 천재성도 없지만
내 인생을 사랑해야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율곡이 49에 죽었지만 난 아직 살고 있으니
이 점은 내가 좀 더 나은 거 같고
이상이 사랑했던 여인들보다는
내가 좀 더 행복하게 사랑했으리라.
그게 무슨 대수랴.
난 여전히
여의도 5층 사무실에서
여의도광장을 보고 있고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꿈꾼다.
꿈에 그칠 수도 있고 실현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꿈꾸는 지금이 행복하다.
어제는 간단히 맥주 1병을 마시고
동기들과 즐겁게 얘기 나누고
즐거웠다.
이렇게 세상은 흘러 가는 거고
500년 후에 율곡은 기억하고
난 기억 못하리라.
그게 무슨 대수랴.
한 줌 먼지로 사라질 것을.
500년후 이름 하나 기억하면 뭐하리.
난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