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시작하는 이유

사춘기 엄마들에게

by writer pen name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어제는 치마를 맘대로 파격적인 길이로 줄여놔서 내 마음의 심장을 1/4 크기로 줄여놓더니 , 오늘은 머리를 감고 나오는 시간이 하세월이다. 57분이 되어서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음에도 전혀 바쁜 기색이 없다. 그래 시간이 좀먹냐 , 내가 가오가 없지, 시간은 많다. 머리를 말리는 데도 타월 드라이 후 드라이가 중요하다.

다이슨을 사주면 저 시간이 단축될까 싶다가도 아예 미용실 머리를 만들겠다고 별짓을 다할까 싶기도 하다.

그녀가 쓰고 난 욕실엔 머털도사의 흔적이 남았다. 청소는 하녀인 엄마가 할 거다. 그녀 인생에 청소란 건 없다. 공부하기 싫을 때 하는 사전 의식 같은 거라고 할까.

그런 행동을 하는 날이면 그래도 마음이란 걸 좀 먹어본 날이다. 대부분의 날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없으니까. 시간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너에게 시간은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은 거 아니었니?


그 와중에 동생이 건드렸다는 이유로 싸우기까지 한다. 심사가 어지러운 자는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법이다. 의례 있는 일이다. 싸움의 6할은 동생이, 4할은 그녀 담당이다. 사소하기가 새털 같은 이유들로 아침에 없다던 시간이 또 생겨난다.

시간은 그녀 편인가 보다.

난 내 시계를 연신들여다 봐야 하고, 밥상을 차렸다 내렸다, 물병을 챙겨서 넣어라 이야기하고, 아침에 일러야 할 말까지 챙기다 보면 챙기지 못하는 건 정작 나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뒤에서 나오는 그녀의 비난. 엄마는 맨날 잊어먹는다. 중요한 건 기억을 못 한다고 한다. 중1 때는 정말 왜 저런가 싶어 화가 많이 났다. 자신이 A라 이야기하고 B라고 우기는 사태는 애교다. 인정하기엔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으니. 땅에 먼지처럼 떨어진 자존감은 어떡하고.

애 자존감 찾아주다 내가 가루가 될 지경이다.





웃음기를 잃어버린 건 그녀만이 아니다



무서운 것도 별로 없고, 걱정도 별로 없어 뵈던 아이다. 무던해 보이던 아이가 사춘기가 되더니 변화무쌍하다. 정해진 대로 사는 것이 싫증난 사람처럼 보였다. 제시간에 해야 할 일과 이야기를 치매노인처럼 자주 잊는다.

뭐가 문제일까 생각을 매일 한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다 보니까 원인의 선행 원인을 찾고 그 시작을 찾다 보니 A~Z까지 다 문제인 거 같다. 조심스레 풀려던 실타래가 결국은 다시 한 뭉치로 묶여버렸다.

한 종류의 실이면 참 좋은데, 이참에 아빠가 가져온 실이랑, 내실, 그녀의 실, 동생실까지 섞여버렸다.

이럴 경우 실을 모두 동강내어 쓰레기통에 넣는 게 제일 심사는 편하다. 실값은 아깝지만 어쩌랴.

그렇지만 사람은 실뭉치가 아니다.

내가 풀지 않으면 이 실타래는 영원히 풀리지 못한다. 엉킨 타래가 많을수록 자주 끊어 내서 이어 붙이기를 해야 한다. 이어 붙일 때도 매듭 없이 매끈이 있어 붙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처음 있던 실타래보단 부피가 작아지지만 아주 단단해진다.

오늘도 조금 더 단단해졌을까 더 엉켜버렸을까.






오늘도 오늘의 해는 떴다, 내일도 뜬다.




불행스럽고 어이없는 일에도 다 이유가 있다. 세상에 이유가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의 주의가 아이 앞에서 폭삭 무너졌다. 아님 이유가 없을 수도 있을까 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 무렵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야금야금 시간 될 때마다 읽어낸 책들은 시간을 보내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마음이 심하게 어지러운 날엔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은 내 마음을 붙잡아 두기 위한 작은 소품일 뿐. 지금도 진행 중인 사춘기 아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 일일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내 감정을 , 내 불행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걸 어디서부터 시작한단 말인가. 가족의 시작은 나였다. 나를 좀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마음이 답답할 때 내가 하는 한 방법이 있다. 상담 프로그램을 주야장천 듣는 거다. 남의 이야기, 남의 속상함을 듣다 보면 내가 이미 그 주인공이 되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럼 내 고민이 잠시 없어진다.

어쩔 때는 내 고민이 꽤 쩨쩨하고 쓸모없는 시간 보내기라는 걸 깨닫게 될 때가 있다. 사람의 일은 그렇지가 않다. 마음이 오고 가고 감정이 양방향으로 또는 쌍방향으로 오고 간다. 자식의 일은 나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오늘도 하루치의 실을 이어가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사용해야 한다.

그만큼 이어질 실뭉치를 기대하며 글을 연다.

꼭 실이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나는 또 하루를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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