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느 새 내 곁에.

by writer pen name

브런치에 들어오니 60일간 나를 못 봐서 그립다는 글을 남겨준 브런치에 작은 감사를 드린다.

요즘은 뭐든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불가 3달 전에만 해도 세상에 감사하단 이야기가,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는 이야기가 입 밖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던 내가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을까....

여름이 시작되기 전 어느 날 무렵 무작정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아이들과 다니던 그 병원은 소름 끼치게 싫었고,

의사라는 집단에도 불신이 가득했지만 살기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 나만을 위해서 어딘가로 가서 나를 구해야만 했었다.

아무리 동굴에 대고 잘 있냐고, 잘 지낼 거라고 , 넌 좋아질 거라고 소리쳐봤자 동굴에서는 메아리 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바닥을 치는 고독과 모멸과 불안과 우울이 나를 자주 흔들고 다닐 무렵, 난 홀린 듯 컴퓨터 검색을 하고는 관상으로 맘에 드는 의사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제목도 좋았다.


중년 여성 우울증 전문.


피식 웃음도 나오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을 바라보다가 전화를 걸고 내 발로 병원에 찾아갔다.

회사 퇴근 전에 꼭 병원도 끝나기 때문에 회사에는 병원에 간다고 이야기하고 나왔는데 사장님이 어디가 아프냐고 하는데 사장과도 말하기 싫을 정도로 힘든 상태여서 별말 안 하고 회사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장소에 도착했다.

검사를 두어 가지 했는데 영상 검사? 같은 것과 우울증 지수 검사였다.

역시 칼 같은 싸늘함으로 무장한 나는 칼날 위에서 걷다 잠시 내려온 사람처럼 긴장되고 힘이 든 상태였다.

의사가 묻는 말에 공격적으로 대답하기도 하고

시니컬하게 또는 심드렁하게 대답을 했다.

의사도 약을 먹어보자며 내게 약을 조제해 주었는데 그 약을 먹으니 하루 종일 졸리다.

이 약은 내가 순한 양이 되게 하려는 목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양보다는 흐느적거리는 펠리컨처럼 입안에 가득한 불만을 담고는 피곤함으로 집안일을 도저히 할 수 없게도 했다.

다음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니 더 시니컬하다며 약을 변경해줬는데

약을 바꾸고 달라진 나 자신을 보면서 도대체 감정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약으로 바뀔 일이었으면 내가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그만큼 감정을 약으로 다룰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을 먹은 사건이었다.



그 약을 먹은 지 벌써 9주 하고 1주일이 지났다.

3주마다 선생님을 만나는데 이번엔 약만 지어올 정도였으니

선생의 힘일까 약의 힘일까 생각이 들지만, 내가 그만큼 변화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나를 행동하게 했고, 어딘가로 향한 내가 지금 얻은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안간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1. 생활계획을 매일 적어보기.

2. 간단한 운동 매일 하기.

3. 신문 읽기.

4. 책 읽기

5. 하루 7000보 걷기



목표를 조금 더 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내 모습이 다행스럽다.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니까

주변의 가족도 조금 더 편하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아직도 아이들과의 일들은 휘발성 있는 램프의 도화선처럼 나를 자주 따라다닌다.

감정이 온전치 못한가 아닌가를 자꾸 들여다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행동과 순식간의 감정의 노예가 되어버리니까.

피지컬과 멘털이 같이 가야 건강해지는 건데, 그동안 피지컬이 안되는걸 겨우겨우 멘털로 붙잡고 하려니

너무나 힘들었던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 밥에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애들이 기댈 곳은 맛있는 것.

최소의 욕구를 충족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더니 역시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오늘도 3시간씩 주방에 있었음에도 이렇게 자판을 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지금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나의 노력을 누군가 봐줘서 , 또는 도와줘서 이렇게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과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함과 영광을....

내일도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해서 조금 더 생각하고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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