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씨바꺼!

by 양미숙

명절을 앞두고 휴가를 받았다는 친구 제리를 만났다. 제리는 나이키 바람막이 점퍼를 너무 교복같이 입어 이제는 졸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키 매장에 또 들렀다. 형형색색을 마다하고 오롯이 까만색을 집어 들면서 이제 서른일곱이나 됐는데 너무 애같이 입으면 안 된다고 했다. 거울에 비친 반바지가 잘 어울리는 아이의 설득력 있는 나이와 패션 이론에 몇 번 수긍하고 우리는 며칠 전 소개팅 상대였던 그녀를 안주삼아 소주를 한잔하러 자리를 옮겼다. 제리는 횡단보도 앞에서 그녀의 신박한 거절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는 제리에게 “제가 커피 쿠폰 보내드릴게요”라고 했다는 것. 제리는 참 신박한 거절 방법이라며 그녀를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그녀의 그런 거절 방법이 꽤나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나도 그 방법을 다음에 기회 될 때 쿠폰처럼 사용해볼까 싶었다.


그와 꽤 괜찮은 혼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피스텔을 구입했고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다는 계획도 이야기했다. 혼자의 삶도 목표가 있으니 의미 없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다 타버리고 나서야 뒤집어 버리는 곰장어를 먹었다. 양념이냐 소금이냐 별 뜻 없고 그저 소주 쓴 맛을 달큰하게 만들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여자와 남자 연애와 결혼에 대해 이야기했고 소개팅녀로 돌아갔다. 못 받은 커피 쿠폰을 받을 때까지 카페인은 입에도 안 대겠다는 다짐을 들을 때쯤 추가로 주문한 메뉴가 안 나오는 걸 알았고 주문은 누락되어있었다. 제리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불닭발도 안 나오고 불돼지도 안 나오고 씨바꺼" 라고 볼멘소리를 했고 나는 뜬금없이 웃음이 났다. 불닭발이랑 불돼지마저도 그의 마음을 저버리고 주문 누락으로 열이 오르게 만들어버리니 말이다.

그의 마음을 나도 몰라주면 안 될 것 같아 자리를 정리하려는데 제리는 그래도 남은 소주는 다 먹어야 한다는 자신의 술자리 철학을 개똥처럼 이야기했다.

그래. 너의 마음대로 하라.

너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왜 없을까.

있다. 그러니 마음대로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