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산업통상자원부 매거진 9월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정말 브런치를 통해 제안이 들어오네요. 올해 5,6,7월에 여행인문학 강의 제안에 들어와서 복지관에서 열심히 강의를 했고, 글 기고 제안도 들어와 이렇게 '통상'에 제글이 실렸답니다. 땡스~ 브런치 ㅎ
울렁울렁 울렁대는 울릉도길, 연락선도 형편없이 지쳤구나!
어지러워 비틀비틀 트위스트, 요게 바로 울릉도
-대중가요 ‘울릉도 트위스트 2절, 1967년 作-
배가 출렁하니 뱃속도 출렁한다. 꽤 큰 쾌속선인데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파도에 몸을 맡기고 출렁거린다. 가요 ‘울릉도 트위스트’ 가사에 그대로 담아낼 만큼 울릉도 독도는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가봐야 하는 아름답고 소중한 여행지이다.
1일 차: 강릉항 - 울릉도(약 3시간), 독도(왕복 3시간 20분, 독도에서 30분)
2일 차: 울릉도 일주 1코스: 저동항-도동-천부항-나리분지
울릉도 일주 2코스: 봉래폭포-내수전 전망대
3일 차: 성인봉 등반(5시간)
우리 땅 독도에 발을 내딛다. (1일 차)
강릉 항을 출발해 약 3시간 만에 울릉도에 도착했다. 점심식사 후 울렁거리는 속을 겨우 진정시키고 오후에 바로 독도로 출발했다. 독도는 날씨 좋을 때 되도록 빨리 다녀와야 한다. 울릉도를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배가 독도에 접안을 하고 드디어 우리 땅 독도에 발을 내디딘다. 새벽 3시에 집에서 출발했으니 거의 12시간 만이다.
‘대한민국 동쪽 땅 끝,
휘몰아치는 파도를 거친 숨결로 잠재우고 우리는 한국인의 얼을 독도에 심었노라.’
독도의 기념비에 쓰여 있는 문구이다.
파란 하늘 아래 짙푸른 바다에 떠 있는 독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다. 새들이 지친 날개를 쉬어가는 ‘새들의 간이역’이며 새들의 천국이다. 하얀 파도는 외로이 서있는 독도에 끊임없이 찾아가 애정공세를 하고 괭이갈매기는 환영인사라도 하듯 공중에서 축제를 벌인다. 멋진 자태를 뽐내며 서있는 바위들은 생김새에 따라 물개바위, 독립문 바위, 촛대바위, 얼굴바위라고 불린다. 하얀 파도, 새들과 어우러져 황홀한 작품이다. 독도를 지키는 늠름하고 멋있는 독도 경비대원들을 보니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2개의 주 섬과 주변의 89개의 작은 섬들 및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도는 경사가 심해서 동도에만 접안할 수 있는데 접안 확률은 30~40% 수준이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고 접안시설도 부족해 상륙에 실패한 채 배에서 독도를 바라만 보고 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갈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까!
독도 주인은 원래 ‘독도 강치(동해 연안에서 서식하던 바다사자 속의 해양 포유류)’였다. 1900년대 초에 4만 마리가 서식하며 독도의 지킴이였는데 일본 한 수산업자(나카이 요자부로)의 독도 무단 침입과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되었다. 당시 독도 강치에서 가죽과 기름을 얻고 나머지는 사료로 사용되었으며 어린 강치는 서커스단에 팔려나갔다. 일본은 수산업자 나카이의 요구에 따라 불법으로 조업을 허가해주고 독도를 일방적으로 시마네 현(도 근현)에 편입시켜버렸고 여전히 일본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독도에 발을 디딘 지 30분 후 승선하라는 뱃고동이 울린다.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싶어서 태극기를 들고 열심히 독도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았건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독도는 수시로 모진 바람이 불고 거친 파도가 휘몰아친다. 그 바다 한가운데에 독도와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을 두고 오려니 맘이 편치 않다.
울릉도 해안 일주 관광에 나서다. (2일 차)
전날 배를 많이 탄 탓인지 여전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오전에는 저동항에서 도동을 거쳐 천부항과 나리분지를 거쳐 저동항으로 돌아오는 코스이고, 오후에는 봉래폭포와 내수전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버스 관광이다.
울릉도는 나리 분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곳이 경사가 심하다. 출발부터 길은 급경사에 꼬불꼬불하고 터널도 많다. 산을 쳐다보면 아스라하게 높은 돌로 된 절벽이며 여기저기 낙석으로 큰 바위들이 길옆에 나뒹군다. 해안 길을 달리며 몽돌해변을 지나고, 거북바위, 사자바위, 곰바위, 코끼리바위, 송곳 바위 등 다양한 모양을 한 바위를 보는 재미가 상당히 좋다.
울릉도에는 도둑·공해·뱀이 없고 향나무·바람·미인·물·돌이 많다 해서 ‘3 무(無) 5다(多)’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섬 전체가 가파르고 곳곳에 낙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울릉도! 여행자로 가서 멋진 풍광에 감탄하지만 울릉도 주민들의 삶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울릉도의 중요한 수입원인 부지깽이나물 밭도 가파르고 높아서 곳곳에 나물을 운반하기 위한 레일이 보인다. 오징어도 잘 잡히지 않는지 오징어잡이 배가 출항하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엉덩이를 왼쪽, 오른쪽으로 들썩거리며 꼬불꼬불한 급경사를 오르니 갑자기 평평한 나리분지(면적 1.5∼2.0㎢)가 눈앞에 훤하게 펼쳐진다. 나리 분지를 둘러싼 산꼭대기에 하얀 구름이 둘러싸고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왕관 속에 있는 느낌이다. 삼나물 무침에 씨 껍데기 동동주(약초, 호박, 씨앗으로 만들 술)를 한잔하니 드디어 울릉도에 있다는 실감이 난다.
봉래 폭포를 향해 물길 따라 오른다. 바위 사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바람구멍도 지나고 삼나무 숲길도 지난다. 봉래폭포는 3단 폭포로 물의 양도 상당히 많고 울릉읍 주민의 상수원이 되어준다.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보기만 해도 갈증이 가신다.
내수전 전망대로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이며 동백나무와 마가목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죽도, 관음도, 저동항이 내려다보인다. 울릉도의 바다와 구름이 걸려있는 산의 아름다운 조화가 숨 막힐 듯 아름답다. 하와이 분화구 정상에서 보았던 모습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멋진 모습이다.
울릉도 해안일주도로 전 구간(44.2km)이 2019년 3월 개통되었다. 울릉도 개발 계획을 시작한 지(1964년) 55년 만이다. 이번에 개통된 울릉도 동쪽 내수전과 섬목(4.4km) 구간은 해안 절벽 난공사 구간으로 12년 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2011년 공사를 시작해 7년 만에 완공되었다.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양 방향 순환버스도 운행하므로 버스 자유여행도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울릉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울릉도 한 바퀴 도는데 차로 1시간 소요되며 자전거 일주도 가능하다.
동해 일출의 정기받고 힘차게 성인봉에 오른다. (3일 차)
울릉도 저동항에서 일출을 맞는다. 우뚝 솟아 있는 촛대바위는 저동항의 주인처럼 버티고 서서 바다를 뚫고 올라오는 붉은 태양을 온몸으로 환영한다. 오징어 회와 꽁치 회 무침으로 요기하며 섬 여행의 매력을 만끽한다.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울릉도 여행의 대미(大尾) 성인봉에 오른다. KBS 중계소에서 출발해 성인봉까지 4.1km이고, 도동 길로 접어들어 저동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성인봉(聖人峰)은 높이 986m로서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산의 모양이 성스러운 사람을 닮았다 하여 성인봉이라 부른다.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싸여 신비감을 더하고 정상부 가까운 곳은 아직도 원시림이 남아 있으며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 고로쇠나무 등 희귀 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성인봉을 오르는 길은 우거진 숲 덕분에 시원하고 꼬불꼬불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오르막과 평지가 적절하게 반복되어 별로 힘들지 않다. 팔각정에서 저동항도 내려다보고 중간중간 마련된 의자에 앉아 준비해 간 간식도 먹는다. 산은 정상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더니 성인봉에 가까워지니 길은 약간 가파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聖人峰’이라고 온몸에 새긴 잘생긴 바위가 맞아준다. 성인봉 정상은 생각보다 넓지 않고 그늘도 없으며 그냥 뾰족한 봉우리이다. 우거진 나무 위로 넓게 펼쳐진 운무가 보인다. 심호흡하며 신선한 공기를 온몸에 채우고 울창한 숲길을 내려온다. 소요시간은 오르는데 2시간 내려올 때 3시간으로 총 5시간이다.
울릉도 독도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성공적으로 다녀와서 인생의 중요한 일을 하나 해낸 기분이다. 배려심 많은 큰 언니처럼 오르막과 평지를 적절하게 내어주어 오르기에 딱 좋은 성인봉은 다시 가고 싶은 코스이다. 짙푸른 바다에 우뚝 솟아있는 ‘독도’가 머리에 자꾸 떠오른다. 일본은 주인 없는 땅(無主地)에서 먼저 ‘독도 강치’ 조업활동을 했으니 [무주지(無主地)를 선점(先占)할 경우 영토 획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국제법상 요건을 충족시켜 합법적으로 일본의 영토"라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독도는 주인 없는 땅이 아니라 문헌상으로 『삼국사기』"신라본기"에서 밝혀진 바, 지증왕 13년(512)에 우산국을 복속시킴으로써 서기 512년 이래 독도는 명백한 우리 땅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신비의 섬, 울릉도와 우리 땅 독도가 잘 보존되어 훌륭한 관광지로 더 발전하길 바란다. 2020년쯤에 울릉도에 공항이 완공된다고 하니 비행기로 다시 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울릉도행 배는 강릉항, 묵호항, 후포항, 포항에서 출발한다.
* 성인봉 등산 코스는 대원사 코스, KBS 중계소 코스, 안평전 코스, 나리분지 1코스, 나리분지 2코스, 나리분지 3코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