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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Dec 15. 2020

(영화 Review)<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가치

 아프리카에 살아보고 나니 더 큰 감동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가치  


만약 내가 아프리카의 노래를 안다면

기린들과

그들의 등 뒤에 떠있는 아프리카의 달

그리고 들판의 쟁기들과 

커피를 따는 땀에 젖은 얼굴들의 노래를 안다면

아프리카는 나의 노래를 알까?

내가 강렬하게 느꼈던 색깔들이

평원의 대기에서 떠오를까?

아니면 아이들이 내 이름으로 놀이를 만들어 낼까?

아니면 보름달이 떠올라

내가 걸었던 자갈 길 위에

나 같은 그림자를 드리워 줄까?

아니면 니공 언덕의 독수리가 나를 찾아 헤매일까?


주인공 카렌이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에 되뇌인 말들이다. 아프리카 멋진 장면들, 데니스와의 사랑 장면과 농장을 억척스럽게 경영하는 장면들이 순간 스쳐 지나간다. 아쉽고 슬프다.

요즘 계속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장면들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아프리카에 살다온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다시 보고 싶어졌다. 영화 속 장면과는 전혀 다른 아프리카 환경에서 살다 왔는데도 자꾸 영화 속 장면과 겹친다.

주인공 카렌(메릴스트립)은 케냐에 와서 브로르 피케네 남작과 사랑 없이 결혼한다. 결혼 지참금으로 황무지를 일구어 커피 농장을 한다. 방랑벽이 있는 남편은 밖으로 떠돌고 카렌이 경영하느라 악전고투한다. 그녀를 사자의 위험으로부터 구해준 모험가 데니스 해튼(로버트 레드포드)에게서 그녀는 조금씩 삶의 위안을 삼는다. 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많은 어려움이 겹친다. 별거하던 그녀의 남편은 카렌의 재산을 탕진하고 결국 둘은 이혼한다.

카렌은 이혼 후 데니스와 점점 사랑에 빠져든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데니스는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서로 사랑하지만 데니스와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커피 농장에 불이 나고 실의에 빠진 카렌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맘 먹는다. 데니스는 몸바사까지 비행기로 데려다 주기로 하지만 비행기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녀는 가방 하나만 들고 아프리카를 떠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카렌 블릭센이 케냐의 커피 농장에서 보낸 시간을 회상하며 쓴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제 1차 세계대전과 유럽제국주의가 배경이고 인종차별의 모습이나 아프리카의 열악한 환경 등이 엿보인다. 제국주의의 죽음, 야망, 아름다움과 인간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카렌은 고전적이고 계몽적 문화인데 반해 데니스는 현대적이고 포스트 모더니즘적이다. 카렌은 서로에게 책임을 지는 사랑을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데니스는 책임지는 사랑과 희생은 타인에 대한 강요이며 그럼으로서 자기를 타인의 인생 끝에 머무르게 할 뿐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여자들은 카렌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나약하기 때문에 책임져주고 희생하고......

좀 살고보니 데니스 같은 사고방식도 이해가 간다.앞으로는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우린 아무도 소유하지 못하고 다 스쳐 지나갈 뿐이데 뭐......

영화를 보며 배우와 스텝이 얼마나 고생했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아프리카의 모기란 놈이 멋진 영화배우라고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데니스의 친구 버클리가 열병에 떨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아프리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영화에서 버클리가 흑수열병에 걸려 허무주의에 빠져죽음을 택했다. 아프리카에 가면 다 그리 될까봐 겁을 낼 필요는 없다.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열병이나 말라리아에 걸려도 그에 맞는 약이나 주사가 있어서 빨리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

영화 <아웃오브 아프리카>는무엇보다 오렌지 빛처럼 달콤하고 환상적 아프리카 장면들이 탁월한 영화이다. 경비행기 타고 가며 보여주는 장면은 보석처럼 아름답다. 모두 아프리카에 가면 그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 같아 당장 가고 싶게 만든다. 특히 아름다운 홍학 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 사랑이 흐르고 있으니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도 영화의 장면과 함께 더 멋지게 들린다. 여러 면에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나에게 값진 영화로 새롭게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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