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노작 홍사용 문학관
경기도 화성 노작 홍사용 문학관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2010년 3월에 개관했고 경기도 화성에 있다. 화성은 한국 문학의 산실이다. 조선 후기 문학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성격을 대변한 이옥, 근대문학의 문을 연 노작 홍용, 소설가이자 비평가로서 항일운동을 전개한 박승극의 고향이 화성에 있다. 이후에도 화성에선 홍신선, 홍일선, 정대구, 최정례 등 많은 문인들이 태어났다. 역사적으로도 화성은 문학의 전통이 깊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정조가 창건한 곳으로 조지훈에게 <승무>의 영감을 준 곳이기도 하다.
노작 홍사용(1900-1947)은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9세에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으로 이사했다. 부농의 아들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17세에 홀로 상경해 휘문의숙에 입학했다. 휘문의숙에서 정백, 월탄 박종화를 만나 문학 수업을 본격적으로 했고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고향에서 정백과 <청산백운> <푸른 언덕 가으로>를 발표하고 1921년, 22세에 문예지 ‘백조’와 사상지 ‘흑조’를 기획했고 백조만 간행했다. 백조 3호에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실었고 백조는 3호로 중단되었다.
홍사용은 우리나라 신극운동에서 적극 참여해 1923년 근대극 운동의 선구적 극단인 토월회에 가담해 문예부장직을 맡았고, 직접 서양극 번역과 번안 그리고 연출도 했다.
30세 무렵부터 5년간 전국 곳곳을 방랑했고 1932년 ‘불교誌’에 희곡 <벙어리굿>을 발표했고, 1935년 36세에는 한의공부를 하여 한의사로 생계유지했다. 40세에 희곡 <김옥균전>을 썼으나 총독부의 검열에 걸려 주거를 제한 받기도 했다. 교편도 잡고 해방 후 근국청년단운에 참여하려 했으나 48세에 폐환으로 사망했다.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근대 낭만주의 문학과 신극운동을 이끈 노작 홍사용 선생의 문학사적 업적을 두루 발굴하고 계승하기 위해 건립되었고 시민의 쉼터이자 문화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문학관의 규모는 작지만 노작 홍사용에 대한 소개(제1전시실, 제2전시실), 기획전시실, 작가 집필실, 문학 전문 도서관, 강의실, 작은 열람실, 산유화 극장, 북카페 ‘노노’가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다.
사실 평소에 어느 문학관에 갔을 때 자료가 너무 많으면 대충 빨리 봐 버릴 때가 있는데, 노작 홍사용의 짧은 생애 탓에 남긴 문학이 많지 않아 아쉬웠지만 꼼꼼하게 천천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 하나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노작이 재주가 많아 극작가로서 활동한 덕분에 만들어진 ‘산유화 극장’은 다기능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다른 문학관과는 차별화된 공간이다.
문학 전문 도서관도 특이하다. 서적들은 도서관, 카페, 열람실에 아기자기하게 분산되어 꽂혀있어서 공간 활용측면에서 지혜와 센스가 돋보인다. 작가들이 언제든지 가서 집필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열람실과 작가 집필실은 지나치기만 해도 창작의 열정이 솟을 정도로 쾌적하고 조용하다.
북카페 노노카페는 문학관 전체에 커피 향을 전해주고 있으며, 특히 지역 시니어분들이 운영하는 거라서 소일거리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지금까지 가본 문학관 중에 가장 훌륭한 것 같다. 동탄 신도시 초입에 있고 도시가 문학관을 향하고 있고 주차장과 여유 공간도 넓어서 일단 위치상으로 지역관광의 거점 역할을 할 만한 공간이다. 가까이에 식당도 많다.
프로그램을 살펴본 결과 시민과 아주 가까이 있는 문학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문 문학인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보다는 시민과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 다른 문학관이 전문 문학인을 위한 문학관 같다는 것과는 상반된 느낌이다. 보조 교육기관으로서 손색이 없다.
기획전시실의 ‘화성 문학에 길을 묻다’에 주변 지역에 대한 소개와 사진도 좋았지만 그 지역의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전시해 놓은 모습도 굉장히 좋았다. 시대별로 시인을 소개하고 있는 공간은 우리나라 시의 연보와 시인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다. 문학관 관장님이 시창작을 가르치시는 손택수 교수님이라 더 반가웠다.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 무엇보다도 위치가 너무 좋다. 동탄 신도시 초입에 나지막한 반석산 옆에 있어서 문학관 뒤편으로 노작의 묘소가 있으며, 훌륭한 산책로가 있고 동탄복합문화센터, 반석 아트홀, 야외공연장이 가까이 있어서 지역의 문화벨트로 자리 잡고 있다. 멀리서 찾아가도 하루를 잘 놀고 올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