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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Jan 09. 2024

에즈(Eze), 욕심 많은 화가의 그림 같은 곳

프랑스 리비에라와 어울린 선인장의 아우라

에즈(Eze), 욕심 많은 화가의 그림 같은 곳

-프랑스 리비에라와 어울린 선인장의 아우라-


에즈 빌리지( Eze Village)


남프랑스에서 주차 전쟁은 예상했던 일이다.  에즈 Village 바로 입구에 2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있다. 당연히 빈자리는 없고 앞마을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다 겨우 주차했다. 15분 정도 걸어서 겨우 에즈 마을에 도착했다. 남프랑스 렌터카 여행 첫날이라 모든 게 서툰데 산길 운전하고, 주차하느라 여행 시작 1시간 만에 진이 빠지고 지쳐 버렸다. 잊지 못할 기억이다.     

 마을에 생전 처음 보는 큰 선인장이 수두룩하다. 그 너머로 반짝이는 지중해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예쁜 마을의 빨간 집들이 손톱만 해 보인다. 에즈 Village는 지중해 해발 430m 높이의 절벽에 있는 중세마을이고 ‘독수리 둥지’라고 불린다. 입구부터 좁고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입장료 성인 7유로를 내고 문을 통과하면 어른 키의 두 배가 넘는 선인장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눈앞에 펼쳐진 멋진 모습에 오는 길에 고생했던 기억이 싹 사라진다.

그동안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은 거의 요새 역할을 했다. 에즈도 13세기 로마의 침략과 14세기에는 흑사병을 피해 사람들이 산꼭대기로 몰려들어 마을이 형성되었다. BC22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도 있으며 1860년에 프랑스에 합병되었다. 

 이렇게 높은 마을에 왜 선인장이 있는 걸까. 제2차 세계대전 후 성벽 여기저기 무너진 부분에 흙을 채우고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선인장, 알로에 등을 심어 가꾸어왔다. 세상의 모든 선인장이 싱싱하게 꽃을 피우며 잘 자라고 있다. 흰털이 복슬복슬 나 있는 키 큰 선인장, 왕 바늘이 촘촘히 나 있는 둥근 선인장과 선인장 꽃 등을 보며 한 발씩 올라갈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꼬불꼬불 올라가면 정상은 꽤 넓고 중세 건축물 흔적도 남아있다. 360도 뱅그르르 돌며 남프랑스의 풍광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초록 선인장, 중세의 빨간 지붕과 짙푸른 바다 등 예쁜 것은 모두 하나의 캔버스에 그려 넣겠다는 욕심 많은 화가의 그림 같다.

 마을을 내려오며 중세시대 좁은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예쁜 집, 커피 생각이 절로 나는 카페, 갤러리, 공방, 꽃가게 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노란 종탑이 있는 18세기에 지어진 성당에 앉아 예쁜 내부를 감상하고 에즈 반나절 여행을 끝낸다. 가까이에 모나코가 있지만 10여 년 전 가본 적도 있고, 주차도 어려울 것 같아 가지 않기로 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짧은 시간에 강한 인상이 남는 곳이 최고다. 에즈는 니스에서 가깝고 1시간 정도면 마을 돌아볼 수 있는데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가성비 ‘짱’ 여행지다.  


 


생 장 갑 페라, 로스차일드 별장

코트 다쥐르( zCôte d'Azur, 리비에라, 프랑스 지중해안)는 어디나 예쁘지만 Eze에서 가까운 곳에 놓치기 아까운 곳이 있다. 생 장 갑 페라(Saint-Jean-Cap-Ferrat), 니스와 에즈 사이에 지중해로 돌출된 해변 휴양지이다. 니스 해안 크루즈 여행 때 바다에서 부호들의 별장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던 곳이다. 20세기 초에 지어진 에프루시 드 로스차일드(Villa Ephtussi du Rothschild) 별장에 가본다. 리비에라에서 가장 예쁘다고 알려진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한쪽은 지중해에 요트들이 수두룩하고 또 한쪽은 니스 마세나 광장이나 마티스 미술관 같은 빨간색 저택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유대인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골동품상과 환전업을 했다. 전쟁 중에 자신의 재산이 몰수당하더라도 고객의 재산을 끝까지 지켜낼 정도로 신용을 중요시하며 금융업으로 번성했고, 전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했다. 창업주의 3대손 베아트리스 로스차일드의 별장으로 18세기 그림, 골동품, 엔틱 가구, 태피스트리 등 웬만한 박물관 못지않은 아름다운 장식품을 볼 수 있고, 9개의 정원이 있다. 

 카펫, 테이블, 의자와 포슬린 등 어느 것 하나만 소유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은 귀한 아이템들이다. 2층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정원과 지중해의 아름다운 모습도 놓치면 안 되는 풍광이다. 지중해의 강한 햇빛 아래 반짝이는 정원을 걸으며 매일 이런 집에 산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나름대로 또 다른 고민들이 있겠지. 박물관으로 오픈해서 그 당시의 부자 별장을 볼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다.  짧은 시간에 아주 예쁜 에즈와 생 장 갑 페라를 둘러보았다. 한 번으로 족하지 다시 또 갈 필요는 없는 여행지이다. 주차도 힘들고 오래된 동네의 좁은 길을 운전하기 힘들지만 차가 있어서 잠깐씩이라도 곳곳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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