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히랑 Jan 16. 2024

안티베와 칸, 월드스타와 샤넬 Bag 만 보는 걸로.

 안티베와 칸, 월드스타와 샤넬 Bag만 보는 걸로



남프랑스 도시들이 다 예쁘다. 에즈, 생 장 갑 페라와 생폴드방스를 돌아보았고 안티베를 거쳐 숙소로 정한 칸(Cannes)으로 간다. 아침에 니스에서 렌터카를 받아 나온 지가 까마득하다. 모든 여행지가 그렇듯이 머물러 놀기로 하면 끝이 없다. 안티베와 칸에도 예쁜 비치, 미술관과 성당이 있지만, 시내만 잠깐 걸어보기로. 하루에 최대한 여러 곳을 다니는 여행은 90년대 초 최초 유럽 배낭여행부터 시작됐는데 여전하다. 고치기는 어렵다. 식사와 커피 마시는 시간만 빼고 해질 때까지 열심히 다녀야 직성이 풀린다.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니 바다에 하얀 요트들이 줄지어 있고 넓은 무료 주차장과 그 옆에 바로 도시, 안티베(Antibe)가 있다. 광장에 마켓이 열리고 있고 아치문을 들어가니 바로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다. 손님도 적당히 많고 빈자리도 있는 식당으로 골라 무조건 단백질 많은 메뉴와 맥주를 주문했다. 맛집이고 뭐고 온종일 더위에 지쳤으니 최대한 빨리 식사하는 게 상책이다. 보라색 티를 입은 합주단이 흥겨운 곡을 연주하며 지나간다. 레스토랑 거리가 완전 축제 분위기다. 재밌고 맛있다.

 안티베는 그리스인들에 의해 식민지로 건설되었고 로마 제국이었다. 이탈리아 국경과 가깝고 군사적 요새로 성곽이 건설되기도 했다. 버려져 있던 성곽도시가 20세기 초에 부호들의 별장이 지어지기 시작했고, 파블로 피카소도 고성 작업실에서 머물며 작품활동도 했다. 그리스 로마 유적, 피카소 미술관 등 문화 예술 공간과 한적한 비치가 많은 편안한 남프랑스 한 도시이다. 시간이 늦어 피카소 미술관에 갈 수 없어 아쉽다. 

 저녁 식사 후 거리 산책하며 옷가게를 기웃거리다 점프슈트 한 벌 득템 했다. 도시마다 옷의 특징이 있어서 한국에서 가져간 옷이 뭔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뉴욕에서는 무난한 검정 원피스를 입고, 파리에서는 편안한 재킷을 걸치고, 남프랑스에서는 화사한 색과 시원하게 파인 옷을 입는 게 튀지 않아 좋은 것 같다.    

  

 안티베에서 해안 길로 10km 정도 가면 호텔 예약을 한 칸이다. 유럽은 호텔 건물들이 낡고 시내에 있는 경우 주차장 구비된 곳이 많지 않다. 예약한 호텔 ‘세잔’은 이름이 맘에 들고, 시내에 있는데도 주차장이 있다. 별 4개 호텔인데 예상대로 낡고 지하 주차장이 동굴 같다. 더구나 알고 보니 무료 주차도 아니다. 호텔 예약할 때 ‘무료 주차’인 곳만 무료이고 주차료를 추가로 내야 하므로 잘 확인해야 한다.

 칸은 프랑스 리비에라 도시 중에 존재감이 확실하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중세부터 농, 수산업을 하는 마을이었고 1834년 영국인들이 와서 머물렀고 귀족들이 별장을 세우면서 고급 리조트로 발전했다. 니스에서 30km 떨어져 있으며 매년 5월에 영화제가 열려 월드 스타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2007년 영화 <밀양>이 칸 영화제에 진출해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으로 불린다. 또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최고급 호텔과 명품 샵이 즐비한 끄르제트 거리(Bd. de la Croisette)가 아침이라 한산하다. 넓은 광장 끝에 영화배우 입간판이 쭉 서 있는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 Festivals)이 보인다. 칸 영화제 등 연중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다. 세계적인 영화 스타 25명의 입간판 중에 봉준호 감독도 조니 크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옆에 있다. 여행자들 사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들 앞에서 인증샷 하는 게 전부이다. 바로 옆에 아주 작고 귀여운 비치도 있어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광장 옆 끄르제트 거리에 샤넬(Chanel) 샵이 유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샵 입장도 어렵고 일부 백은 구하기도 쉽지 않은…. 일단 들어가 클래식 백이 있냐고 물었다. 친절하게 소파에 안내하고 커피와 음료도 내온다. 그리고 품에 안고 등장한 ‘샤넬 클래식 백! 조심스럽게 펴서 보여주는데 실버 체인이다. 금액은 9000유로가 넘었다. 미친!!! 원화로 1200만 원이 넘는…. 5년 전 파리 갔을 때 몇백만 원 정도였고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는데…. (흥분) 담담한 표정으로 난 골드 체인을 원한다. 파리에 가서 사겠다며 음료만 마시고 나왔다. 잘 구경했다. 프랑스의 샤넬 백 가격이 알고 싶었었다. 그냥.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일이 생폴드방스에서 만큼 어려웠다. 좁은 곳에서 90도 커브로 틀어야 했다. 차 앞뒤 양옆으로 가서 봐주고 진땀을 한 참 뺀 후에 주차 동굴에서 나왔다. 이제 드디어!!! 무척 가고 싶었고 제철에만 볼 수 있는 발랑솔(Valensole) 라벤더 필드로 출발이다.


이전 08화 에즈(Eze), 욕심 많은 화가의 그림 같은 곳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