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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Jan 12. 2024

생폴드방스, 겉 바 속 촉

남프랑스 렌터카로 좌중우돌2

 생폴드방스, 겉 바 속 촉

-남프랑스 렌터카로 좌충우돌2-


생폴드방스(Saint-Paul-de-Vence)는 정말 가고 싶었고, 궁금했던 곳이다. 전체적 모습은 우리나라 산동네 같은데 화가들이, 특히 샤갈이 사랑한 마을이다. 색감이 화사한 샤갈의 작품으로 미루어보아 매우 예쁜 곳임이 틀림없다. 

 생폴드방스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내비게이션에 찍고 갔다. 둥근 쇠말뚝이 올라와 있는 마을 입구에 도착해 잠시 서 있으니 쇠말뚝이 내려간다. 입구부터 좁고 급커브길을 조심스레 올라가는데 주차장은커녕 주차할 곳도 없다. 게다가 앞에 오던 사람은 옆 골목으로 피해야 하고 백미러를 펴고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도 지난다. 생폴드방스 내부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가 버린 것이다. 아마 마을 주민이나 호텔 투숙객의 차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돌아서 나올 수도 없는 상황. 작은 공터에 겨우 주차했다.


아치문을 통과해 마을로 걸어 들어가 좁은 골목을 걸었다. 돌로 쌓은 벽을 따라 자라는 초록 식물과 화사한 꽃이 고즈넉한 중세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만든다. 멋진 작품을 내 걸어놓은 갤러리, 기념품 가게, 카페들은 발길을 계속 멈추게 한다. 낡고 오래된 동네가 여행자들이 몰려오는 세계적 명소가 된 데는 많은 요인이 있지만, 낡은 동네라고 전부 갈아엎고 콘크리트 천국을 만들어버리는 상황을 생각하니…. 여하튼 부럽고 부럽다. 


 생폴드방스는 니스에서 20km 떨어져 있다. 10~12세기, 중세 시대에 프로방스 백작의 영지였고 전쟁과 수탈을 피해 성벽을 쌓고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에 돌집을 지어 살았던 요새 마을이다. 세월이 가면서 낡고 불편해 삭막했던 마을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예술가의 마을이 되었고 지금도 예술가가 70여 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마르크 샤갈(Marc Zakharovich Chagall, 1887-1985)도 1950년, 63세 때 생폴드방스에서 살기 시작해 20년 동안 살다 삶을 마감한 곳이며, 샤갈의 마을이라고도 부른다. 마티스, 피카소, 호안 미로도 많이 찾았던 곳이다. 샤갈은 벨라루스 유대인 출신으로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러시아, 파리, 미국까지 떠돌다가 생폴드방스에 정착해 지중해의 화사한 빛과 자연에 영감을 받아 원색의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니스에 있는 샤갈 미술관이 생폴드방스에 있다면 이 작은 중세 마을의 가치가 훨씬 더 하늘과 가까워졌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샤갈 작품 속에서 생폴드방스 찾아보세요


 샤갈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가장 높은 곳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교회도 꼭 들러야 한다. 에글리스 칼리지알레(Église Collégiale) 교회는 14-18세기 동안 지어져 로마네스크 양식과 바로크 양식 등 여러 양식이 공존하고 있다. 벽화의 금빛 프레임이 다른 교회보다 더욱 화려해서 가장 눈에 띈다. 


 단단해 보이면서 화려한 성당에서 숨을 고르고 골목길을 또 걷는다. 바닥에 수놓아진 돌길도 예쁘고, 한 사람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도 포토존이다. 갤러리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라벤더 아이스크림도 사 먹으며 더위를 달랜다. 예쁜 가게에 들어가 생폴드방스가 새겨진 쿠션 커버를 샀다. 소소한 쇼핑은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현재도 여전히 굳건히 마을을 지탱하고 있는 성벽 길을 걸었다. 울타리 없이 좁고, 높아서 좀 무섭지만, 아래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아무리 갈 곳이 많고, 볼 게 많아도 성벽 위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디저트를 먹으며 여유를 부려본다. 성벽 위는 중세, 아래는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모습에서 마을 골목에서와는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생폴드방스 마을묘지에 있는 샤갈묘지

 마을 공동묘지에서 마르크 샤갈이 잠들어 있는 묘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묘지들과 비교해 더 근사하지 않아도 작은 돌이나 소품들이 올려져 있어서 금방 알 수 있다. 샤갈이 영감을 받아 작품 속에 표현했던 남프랑스의 강렬한 빛이 묘지 위로 쏟아지고 있다.      

주차된 차를 빼서 나오느라 진땀을 뺐다. 골목은 좁은데 완전 90도로 꺾어야 하니 불가능한 일었고, 결국 차는 상당히 많이 긁혀버렸다. 바로 옆 가게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진두지휘를 해준다. 할머니가 손짓하는 방향으로 갔다가 핸들을 완전히 틀었더니 거의 1cm 정도 여유를 두고 90도로 꺾인 골목에서 차가 겨우 빠져나온다. 엄청난 곡예이다. 생폴드방스의 강한 인상만큼이나 차 빼서 나오는 일도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다. 다행히 도난, 접촉사고 등 모두 보상되는 보험을 추가도 들어서 다행이다. 

생폴드방스

나오는 길에 돌아보니 생폴드방스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인다. 교회가 높이 솟아 있고 성벽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샤갈의 작품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생폴드방스는 겉 바 속 촉! 겉보기엔 삭막해보여도 속은 화려한 석류 같은 곳이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니스 르 메르디앙 호텔 앞에서 400번 버스를 타면 1시간 안에 갈 수 있다. 요금은 1.5유로 버스 기사에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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