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차여행으로 누비고 다니는 유럽

by 여행작가 히랑

기차여행으로 누비고 다니는 유럽


유럽 배낭여행! 그 당시 누구나 꿈꾸던 여행이었다. 1989년 여행 완전 자유화 이후 너도 나도 Eurail 패스를 들고 배낭을 꾸려 유럽으로 떠났다. 유럽 기차의 편리함에 감탄했고, 중세 유럽의 모습과 멋진 풍광에 열광을 했다. 유럽 여행은 기차를 이용해야 제 맛이다. 유럽 기차의 많은 편리함 중에 가장 으뜸은 밤기차를 타서 한 숨 푹 자고 나면 다음 날 아침 원하는 곳에 도착한다는 점이다.

“애들도 컸는데 배낭 하나씩 매고 유럽여행 해야지?”

“배낭여행이요? 다시는 고생하는 여행 안하려고 작정했는데......”

“두 아들이 컸으니까 그렇게 고생은 안하겠지. 애들이 우리를 잘 안내하고 다닐거야.”

%B9賶%BF%A9%C7%E0_859.jpg 두 아들과 함께 유럽기차여행

2007년 폴란드 바르샤바에 거주했을 때 남편이 유럽배낭여행을 하자고 제한했다. 1992년 어린 두 아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7식구가 유럽 배낭여행 할 때 고생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당시 유럽여행 열풍에 편승한 무리한 도전이었다. 다시는 그런 고생하는 여행을 안 하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어느새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애들이 고2라 바쁘지만 그 시기 놓치면 함께 여행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배낭 4개와 유럽 여행 책을 한권 준비했다. 휴가 12일 동안의 기차 여행을 위해 숙소 예약과 Rail Pass를 구입하려면 여행할 나라를 정하고 정보 수집을 먼저 해야 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출발(밤기차) - 독일 베를린(2일)(패스1일)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2일)(패스 2일) - 벨기에 브뤼셀(4시간) - 프랑스 파리(3일)(패스 3일, 밤기차) - 니스(1일) - 모나코(1일)(패스 4일) - 스위스 융프라우(2일)(패스5일, 밤기차)― 프라하(체코)(밤기차)― 바르샤바

유럽열차 Pass는 Eurail 패스와 Inter rail 패스가 있다. 유럽 이외의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은 Eurail 패스, 유럽에 거주할 경우(Eurail 패스도 가능)는 Inter rail패스를 구입한다. Rail Pass는 정해진 기간 동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속패스’가 있고, 일수를 정해서 그 날 수만큼 사용할 수 있는 ‘프렉시 패스’가 있다.

Inter Rail Pass 5일 권(프렉시 패스)을 구입했다. 1일 24시간 동안 기차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도시에서 머무는 날 수는 빼고 이동하는 날을 계산해서 잘 계산해서 사는 게 좋다. 우리가 거주하는 곳(바르샤바)은 Pass 사용이 안되어 표를 구입해야 하므로 5일 권이면 딱 적당했다.

바르샤바에서 배낭 하나씩 메고 밤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출발했다. 여행 준비물은 각자 배낭에 넣고 스스로 책임지기로 했다. 좌석은 쿠셋(Couchette)이었고 승객이 별로 없어서 우리 가족 4명만 오붓하게 방 하나에 탔다. 깊은 잠은 못 잤지만 자고 나니 다음날 아침에 베를린에 도착해 있었다.

쿠셋은 간이침대가 있고 야간열차에만 있다. 예약이 꼭 필요하며 깨끗한 시트와 베개도 준비되어 있다. 안에서 잠글 수 있고, 차장이 여권과 유레일패스를 거둬 관리하고 목적지 도착하기 30분 전 쯤에 돌려주므로 도난의 위험이 적다. 다른 여행자와 함께 타는 경우 중요한 가방은 머리에 베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쿠셋에 2-4인 한 가족만 타길 원할 경우 예약 할 때 돈을 더 지불하면 다른 여행자 없이 오붓하게 갈 수 있다.

각자 역할분담을 했다. 남편은 자금과 식사, 큰아들은 기차시간 체크와 숙소, 작은 아들은 각 여행지 해설, 난 여행 총괄과 파리 가이드를 담당했다. 남편은 돈과 여권을, 큰 아들은 기차시간표를, 작은 아들은 여행안내 책을, 난 여행 전체 계획표를 분신처럼 들고 다녔다. 식구 모두 누구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중요한 역할들이었다.

베를린에 도착해 버스와 전철을 맘대로 탈 수 있는 대중교통 1일 권을 샀다. 표를 구입한 지 24시간이 아니고 밤 12시가 되면 사용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이용시간을 잘 따져보고 구입한다.

카이저 빌헬름 교회, 오이로파 센터(europa center), 베를린 장벽의 상징물인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Tor)와 포츠담의 상수시(Sans Souci) 궁전에 갔다. 상수시 궁전은 포도밭에 지어진 1745년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2세의 별궁이다. 궁전 앞의 포도나무는 시원해보였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근사했다. 포츠탐에서 먹었던 ‘Subway’ 샌드위치는 독일 빵맛 덕분인 지 굉장히 맛이 좋았다.

네덜란드, 브뤼셀을 거쳐 파리에 입성했다. 브뤼셀에서 파리까지는 TGV(고속열차)를 이용했다. 패스를 소지하고 있으면 TGV 요금은 할인이 된다.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고 밤기차는 없다.우리의 Rail Pass는 ‘프렉시 패스’, 5일 권이므로 반드시 기차를 타기 전에 타는날짜를 패스에 볼펜(연필은 안됨)으로 기입해야 했다. 검표는 기차 안에서 철도 직원이 하며,

날짜를 기입하지 않으면 무임승차로 본다. 밤기차를 이용할 경우출발하는날만 적는다.

달리는 TGV 창으로 본 프랑스 작은 마을은 매우 아름다웠다. 식당 칸에서 한 컵씩 파는 와인과 에스프레소도 마시는 일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다.

파리에 사는 친구 집에도 가야했고, 지하철 역 노선도 다 불어로 되어 있어서 파리의 가이드는 불어를 전공한 내가 맡았다. 작은 아들은 간만에 편안하다고 좋아했다.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몽마르트언덕, 센 강 유람선과 베르사이유 궁전 등을 갔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티켓 사려고 대기하는 줄도 길고, 입장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많았다. 4식구가 2명씩 양쪽 줄에 서서 각각 기다리다 표 구입 후 입장하는 줄에 합류해 바로 들어가는 기지도 발휘해 보았다. 1992년 파리 여행 때 애들이 어려 제대로 못했는데, 3박 4일 동안 파리 여행을 알차게 했다.

파리에서 니스는 밤기차를 탔다. 쿠셋에 우리 네 식구 외에 다른 나라 학생이 2명 더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신경이 쓰였지만 그냥 한식구라 생각하고 즐겁게 얘기했다. 아침에 보니 아들 머리 맡에 두고 잔 시계와 이어폰이 없어졌다. 기분 나빴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물어 볼 수도 없어서 아들의 관리 잘못만 꾸짖고 말았다.

니스 해변에서 우리 집 3명의 남자들은 길 벤치 앉아 반나절을 할 일 없이 머물며 사진을 찍어댔다. 예쁘고 늘씬한 아가씨들이 수영복 상의를 벗은 채 서로 오일을 발라주고 일광욕 하는 모습을 보느라 니스 해변을 떠나지를 못했다.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니스 해변의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을 받아 아주 예뻤다.

배낭여행 594.jpg

모나코를 들렀고 스위스 융프라우 산을 가기 위해 베른으로 향했다. 베른에서 묵을 호텔은 역에서 안내 받았다. 패밀리 룸으로 꽤 저렴하고 좋은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융프라우 산은 높이 4,166m로 알프스의 최고 봉이며 융프라우 요흐는 등산 거점으로 기차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여름이지만 만년설이 있으므로 따뜻한 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중간 휴게소에서 먹었던 컵라면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라면으로 기억된다. 밤기차를 타고 체코 프라하로 가서 낮 동안 보내고, 밤기차로 바르샤바로 돌아왔다.

유럽 기차는 출발, 도착 시간이 정확했고, pass에 날짜만 써서 보여주면 되니 아주 편했다. 금, 토요일에 밤기차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타기 어렵다. 여행 일자와 구간을 미리 정하고 아무 역에서나 미리 예약하면 된다.예약할 겨우 예약비를 지불하는데 거리에 따라 15~30불 정도이다. 밤기차는 7시간 이상 되는 거리일 때 운행하는데 속도를 늦추든 정차를 해서라도 저녁에 타서 아침에 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밤기차가 운행되는 구간도 있고, 없는 구간도 있으니 시간표를 보고 잘 활용한다. 행선지 두 곳이 함께 출발해 같은 방향으로 가다가 밤에 어느 순간 떨어져서 다른도시로 가는 경우가 있으니 탈 때 확인 또 확인해야한다.

12일 동안 우리 가족의 유럽 기차여행은 훌륭했다. 가족 각자가 역할을 잘 해 주었고 계획한 데로 완벽하게 해냈다. 유럽의 멋진 여행지 못지않게 기차에서 즐기는 재미도 꽤 좋았다. 밤기차는 주로 쿠셋(Couchette)을 이용했는데 자는 동안 목적지 까지 데려다 주니 시간절약, 숙소비 절약이 되어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기분이었다. 안내 방송이 없거나 못들을 수도 있으므로 도착 시간 전에 알람을 맞춰 놓는 게 좋다.

두 아들은 유럽의 기차시간 직접 체크하고, 여행지를 공부하며 가족을 안내했으므로 중요한 공부를 한 셈이다. 기차시간에 따라 여행의 스케줄이 달라지므로 기차시간 체크는 굉장히 중요했다. 두 아들은 스스로 뿌듯해 하며 이제 혼자서도 여행을 할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바쁜 시간 쪼개서 12일 동안 함께한 가족여행은 그들이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동안 내내 든든한 에너지가 되어주었다.

* 유럽기차의 내부는 오픈코치(의자), 컴파트먼트(Compartment), 쿠셋(Couchette), 침대칸(Sleeper)으로 되어있다.

컴파트먼트란 한 방에는 보통 6개의 좌석이 있는데 양쪽 좌석의 아래를 잡아당겨서 침대처럼 만들 수도 있다. 쿠셋은 간이침대가 보통 양쪽에 3개씩 6개(혹은 2개씩 4개)가 설치되어 있다. 침대칸(Sleeper)은 세면대, 침구류, 세면도구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식사가 제공되기도 한다. 유레일패스 소지자라도 최소한 50~100유로를 추가로 내야 한다. 쿠셋과 침대칸은 반드시 예약이 필요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터키의 소소한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