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난생처음 갔다. 그동안 딱히 일본에 가고 싶지도 않았고, 한 때 유럽에 살았으며 애들이 미국에서 공부한 탓에 그동안 여행이 미국과 유럽여행에 익숙했었다. 1달 전 캄보디아, 베트남 패키지로 다녀왔는데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이제 절대로 패키지여행 안 가겠노라고 작정을 하고 자유여행으로 부담 없이 선택한 곳이 일본이었다.
5월 연휴기간이라 항공권도 비싸고 숙소도 비쌌지만 가장 힘든 일이 패스를 끊는 일이었다. 오사카와 교토 여행하기 위해 패스 종류가 어찌나 많은 지 간사이 지방(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등)을 전부 공부하고 계획을 세워야 했다. 어설프게 패스를 샀다가는 한 번씩 표사서 가는 것보다 훨씬 비쌀 것 같았다.
1일 차 교토 도착, 교토역 주변
2일 차 나라(교토에서 만난 지인이 추천), 사가 아라시아마 온천
3일 차 교토 청수사, 오사카 이동해서 쇼핑몰, 오사카 야경 감상
4일 차 오사카 성, 크루즈, 남바 도톤보리
5일 차 귀국
오사카와 그 주변에 대한 책 한 권을 다 읽은 후, 4박 5일 동안 교토와 오사카만 여행하기로 하고 패스를 결정했다. 한국에서 패스를 사는 게 더 싸다기에 미리 사느라 공부하다 보니 덕분에 여행할 곳을 열심히 공부한 셈이다. 꿩 먹고 알 먹고......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는 하루카(1인 16,500원), 교토 2일권 교통패스(1일권 500엔) 현지에서 구입, 오사카 주유패스 2일(1인 33,610원) 오사카 남바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특급열차표 (1인 12,300원 정도)를 미리 샀다.
간사이 지방을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간사이 쓰루 패스가 상당히 유혹을 했으나 교토 주변 지역을 많이 다니지 않을 것 같아 교토는 패스를 사지 않고 간 게 잘한 일이었다.
일본은 어디를 가나 허점이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 버스는 단 1분도 틀리지 않고 도착, 출발하며 거리 청소 상태와 주차 상태도 정갈했다. 호텔이나 관광지 어딜 가든 화장실 청소나 휴지 상태는 깨끗, 완벽하고 모두 친절했다. 물가는 비싼 곳도 있으나 음식이나 간식거리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맛이 좋으며, 100엔짜리 물건을 사더라도 품질이 좋았다. 지하철 역이나 쇼핑몰에는 한국어로 안내가 되어 있어서 어디 가든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전주나 경복궁 여행 시에 한복을 입는 것처럼 일본도 역시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와 한 가지 다른 점은 기모노가 많이 변형도 모습이 아니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입는다는 것이다. 기모노에 버선과 갯다(스리 퍼) 신고 걷기에 상당히 불편한데도 모두 감수하고 종종걸음으로 다녔다.
일본의 기모노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본 한복들을 생각나게 했다. 전주에서 본 한복은 너무 많이 변형된 모습으로 고전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한복이었다. 잠자리 날개 같은 천에 저고리와 치마에 반짝이와 장식들이 수도 없이 달려 있고 머리는 꽃과 나비로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며 치마 밑으로는 청바지와 운동화가 그대로 다 보였다. 한복이 보기에는 화려해 보여서 젊은 친구들이 좋아해서 그렇게 변형되었다고 하나 우리나라 한복 고유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서울시나 전주시 문화관광과에서 한복이 너무 변형되지 않도록 통제를 좀 해주었으면 싶다.
나라에서 사슴과 놀았던 나라 국립공원, 사가 아라시아마 온천 가는 길의 한적하고 쾌적한 분위기, 많은 여행객들 속에서 잔칫집에 간 것처럼 내내 행복했던 교토 청수사 가는 길, 도톤보리의 풍부한 먹거리와 쇼핑거리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일본 여행은 그동안 은근히 꺼려 왔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우리나라와 가까워서 부담이 없고, 우리나라와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선진국이며 다양한 면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합리적이고 아무리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은 철저함이 낯선 관광객에게는 신뢰감과 편리함을 선사했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가 일본을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일본 인들은 우리를 굉장히 친근하게 여기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