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ienne 처럼 산다는 것
3주의 Paris살이를 청산하고 들어왔다. 매일매일, 하루를 1달처럼 살았기에 3주가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 아니 찰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꿈속에 파리를 다녀왔나' 싶기도 하다.
좋든, 싫든 시간은 반드시 지나가고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
파리는 이번이 4번째다. 공항에서 파리 시내에 들어서고 개선문과 샹젤리제를 지나 숙소로 들어갔다. 파리는 그냥 낡은 도시처럼 초라해 보였다. 순간 '내가 그동안 좋은 곳을 너무 많이 다녔나? Paris~ 이제 별 볼 일 없네. 괜히 왔나 봐......'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들이 있고, 이번엔 Paris에서 여행자가 아니라 Parisienne처럼 살아보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달래며 Paris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았다.
Paris에서 첫 밤을 보내고...... 제일 먼저 세느강변과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했다.
역시 Paris~
출렁거리는 센 강, 위엄 있고 아름다운 노트르담 성당은 파리지엔느가 되려는 자를 순식간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여행자로 만들어버렸다. 노트르담 성당은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대관식을 할 때에도 너무 낡아 헐릴 위기에 있었으나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덕분에 1845년에 복원되었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의 많은 성당을 보고 와서 다시 본 노트르담 성당은 그 어떤 성당보다도 섬세하고 웅장해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4월 1일 부활절 주일, 세느강변을 따라 걷던 중, 범상치 않은 종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노트르담 성당은 부활절 미사를 위한 종을 울리고 있었다. 성당 주변부터 통제하는 경찰들과 수많은 성도들, 여행자들로 가까이 가기 어려웠지만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과 종소리는 '파리에 있어서 감격스럽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파리 외곽을 달리면서 본 예쁜 집들과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들판 끝의 지평선이 여전히 머리 속에 떠오른다. 아스라한 지평선까지 시선이 옮겨 가면서 다양한 모습이 펼쳐지기에 수평선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작고 예쁜 성(chateau)들 많아 프랑스 어느 곳을 가든 볼거리가 많다. 왜 그토록 화가들이 파리를 사랑했는지 이해가 된다.
급하게 여기저기 다니는 여행자의 기질이 몸에 익어 하루에 보통 만 오천 km 이상씩 걸어 다녔지만 Parisienne처럼 살아보려고 꽤나 노력을 했다. 카페에 앉아 번화한 거리에 지나가는 행인들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고, 와인과 함께 전식, 본식,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면서 2시간 이상을 기꺼이 할애했다. 지칠만 하면 나타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책도 읽으며 느긋한 시간도 보냈다. 벼룩시장과 재래시장도 구경하고, 때로 저녁에는 일찍 귀가해 Boulangerie에서 바케트를 사고 마트에서 장을 봐서 프랑스식 식사를 즐겼다.
한동안 Paris앓이를 할 것 같다. '파리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구글 지도를 보며 걷다가 길을 잃어도 어디든 공원, 성당이나 미술관이 있어 헛걸음은 하지 않았기에 그 말에 공감이 간다. 식사와 와인은 어디서 먹든 너무 맛있고 마트의 식품들은 다 질이 너무 좋아 행복했다. 파리의 커피 맛 또한 행복에 행복을 더해주었다. Cafe를 시키면 무조건 에스프레소를 준다. 커피가 진해도 향이 좋고 신선해 마실만 한데 좀 덜 진하고 양이 많은 커피를 원할 땐 Alongée를 주문해 마셨다.
2015년' NewYork 30일 살기'도 그렇지만 이번 'Paris 3주 살이'는 내 인생에 있어서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하지만 뉴욕이든, 파리든 미리 계획 세운 것도 아니기에 또 다른 곳, 또 다른 기회가 올 거라 믿는다.
꽃비 오는 4월, 가족이 있는 우리 집에 오니 좋다. 돌아올 곳이 있기에 낯선 곳, 그곳이 더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