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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Apr 11. 2022

구름 낀 날

이민 16년 차... 되돌아 보니 조금 성장한 느낌이 든다.


매일 매 순간 바쁘다고 생각하지만, 참 지루한 먹고살기 바쁜 이민생활을 16년 차 하고 있다. 언어에 대한 자신 감 없이 시작한 호주의 생활은 매일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늘 쫓기고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긴장감은 좀 풀릴 줄 알았는데 그 감정은 무뎌지지도 않는다. 마음속에 있는 모든 섬세한 감정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에 더 큰 게 아닐까 싶다. 갑자기 둘째를 낳고 '온몸이 욱신욱신 시리다'는 표현을 하지 못해서 답답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 중 대부분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서툴기 때문에 여전히 주춤거릴 때가 많다.  


일상을 되돌아볼 때 매시간 시간 바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참 지루한  반복의 일과로 하루하루 채워나가고 있다. 너무도 정신없고 바쁜 20대를 북적이고 정신없던 아니 너무 재미있었던 서울생활을 마무리하고, 나의 30대를 이 정지된 시골마을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책을 읽었다면 나의 삶은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이 살짝 생긴다. 너무도 조용한 곳이라 적응이 안 되었지만 이제는 시끄러운 곳이 오히려 적응이 안 되는 나로 바뀌었다. 그럭저럭 식구들 모두 순탄하게 잘 적응하고 지금까지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동네 앞 공원도 온전히 나를 위해 맘 편히 나가보질 못했었다. 아이들 친구를 만나야 하거나 친구 식구들과의 바비큐 파티가 있지 않는 한 혼자서 나가서 산책하는 일은 한두 번 정도였다. 그러다가 애들도 좀 크고 몸 이곳저곳에서 신호를  보내는 통에 마지못해 산책이라는 것을 시작해보았다. 사실 나는 호주의 하늘이 이렇게 이쁜지 몰랐다.  운전하면서 보는 하늘과 걸으면서 보는 하늘은 너무도 달랐다.   몇 년간 산책을 하면서 나갈 때마다 하늘사진을 찍어보았다. 한참 DSLR 카메라가 유행하던 시절 이곳저곳 찍으러 많이 다녔었다. 물론 그 카메라로 지금도 찍어서 보면 느낌이 현저히 다르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성능 좋고 가벼운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찍을 수 있어서 더 자주 찍게 되는 것 같다.


같은 곳이지만 단 한번도 똑같았던 적 없던 하늘모습


위로 보이는 하늘도 매일매일 다르다. 그동안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글 쓰려고 찾아보니 나만의 패턴을 알았다. 걷다가도 꼭 같은 장소에 서서 사진을 찍게 되는 나를 알게 되었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어느 공원을 가던지 찾아보면 놀랍게도 꼭 내가 찍는 그 장소에서만 사진을 찍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날씨와 시간에 따라 하늘은 다른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은 너무도 심심하고 먼가 가 빠진듯해 보였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둥실둥실 솜사탕 같은 구름처럼 부드러운 날도 있고, 어둡고 무서운 먹구름처럼 힘든 일도 있는 날도 있다. 꼭 맑은 날만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힘든 날도 그날 나름대로 지나고 보면 느끼고 반성하면서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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