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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Apr 07. 2022

퇴사 후 혼자만의 시간

4시에 하루를 시작하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여유가 생겼다.

퇴사한 지 사십여 일이 지났다. 7년간 일했던 곳을 관두고 나오는 날 기분이 묘했다.  2주 전 노티스를 주고 그간 일을 마무리하고 인사하고 나왔다. 사실 2주 전이 아니라 마음속으로는 6개월 전부터 관두려고 마음속으로 생각해 오고 있던 일이었다. 퇴사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내고 난 후부터는 왠지 잘한 일인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더 일을 잘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고 일을 관두는 것이 잘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페이퍼 워크로 집에 와서 저녁마다 일을 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니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대충 하루 일을 마무리하는 다른 직원들도 많았지만 나는 성격상 그렇게 대충 하고 집에 오면 마음 편히 잠을 못 자는 터라 스스로 힘든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번 아웃이라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퇴사를 생각하면서 다른 일을 미리 구해두고 퇴사를 할까 아니면 퍼머넌트에서 캐주얼 잡으로 전환을 하고 관둘까를 고민을 계속했었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잘만 인터뷰 보고 미리 일자리를 구하고 회사를 관두던데 나의 경우는 이 회사가 싫어서 관두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리 다른 것을 준비하지 않은 채 고민만 하다가는 계속 다니게 될 것 같아서 그냥 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유는 건강상 문제로 일을 관둔다고 이야기했더니  더 이상 자세한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건강상의 문제로 이미 일주일 중 하루를 빼고 일을 한지가 8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언제든지 다시 올 컨디션이 되고 다시 오고 싶으면 다시 오라는 따뜻한 말을 들으니 조용히 일해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떠나는 발걸음이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회사를 관두고 나니 이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자유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자유의 시간이라고 하면 온전히 나 혼자 있는 시간을 말한다. 틈틈이 해오던 미라클 모닝과 산책, 책 읽기, 글쓰기를 시간에 제약 없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 돈 안 벌고 집에서 쉬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거기서 오는 압박감이 스스로 나를 힘들게 했지만 한 달간은 매일 일하는 흐름 놓지 않으려고 계속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혼자 있는 자유를 얼마 만에 느껴보는 건가! 아이들 학교 보내고 잠시 책상에 앉아서 글 쓰는 자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았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 동안 하나의 규칙을 정했다. 절대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집안 청소하지 않은 것이었다. 사실 집안 청소는 혼자 있을 때 하면 제일 잘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에너지를 다 쏟으면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을 못쓰게 된다는 것인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 찔끔깔고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 바로 커피를 한잔 더 내리고 책상에 앉았다.  말이 되든 안되든 글을 쓰거나 필사하고 책 읽기를 하면 곧 아이들 픽업 갈 시간이다. 그래서 픽업 1시간 전에 청소하고 애들 오면 먹일 밥도 미리 해놓는다.

이런 시간을 세팅해서 한 달을 보냈다. 일을 안 한다고 시간이 많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하나 느낀 건 7년간 일하면서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다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어느덧 리듬이 다 자리 잡으니 일을 안 하는 불안감에 이곳저곳 전혀 나의 분야와 다른 일자리도 알아보고 수업들을 것도 알아봤는데 사실 이런 생각을 일하는 동안 해보지 않았기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것이다. 내가 나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오히려 나보다 아이들이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일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저녁시간 에너지가 다 고갈된 시간에 애들에게 잔소리를 안 한다는 것이었다. 일할 때는 아이들 하교하자마자 잔소리를 하다가 나는 지쳐서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 때가 많았다. 예전 같았음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몸이 안 좋아지고 난 후론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그냥 침대에 누워 버렸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리는 것이 반복이 되었다.  음식을 잘해서 대단한 음식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라면보다 밥을 더 챙겨주게 되었고 늦은 밤까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한 달간은 그렇게 짜증 없이 운동하는 시간 빼고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나를 위한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는 느낌이 또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세운 계획이 시간 안에 다 못 끝내는 것들이 많았다. 글을 30분 쓰기로 했다면 생각이 잘 나지 않아 1시간 30분을 쓴다던지, 책 읽기 30분 계획을 중간에 방해하는 가족들로 인해  시간이 연장되고 했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시간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기보다 모든 하는 일이 서툴러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안되면 나에게 실망하고, 조급증이 더 생겼다.


그러던 중 안 되겠다 싶어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혼자 하는 것은 번번이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것은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30분 일찍 일어났다가 30분 늦게 일어났다가 그러니 목표한 계획이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끝내지 못했다. 하루 종일 머리에 "해야지", "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질질 끌다가 자기 직전에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3월에 내 생일이 있었다. 내 생일선물로 처음으로 나에게 선물이란 걸 했다. 2019년 MKYU 김미경 님이 학장님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해외 결제의 어려움으로 못하고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친구한테 부탁하려고 들어가 보니 웬걸 페이팔 결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바로 내 생일 선물로 MKYU 열정 대학생으로 등록한 것이다.  웬걸 결제도 빠르고, 결제 후 바로 듣고 싶었던 강좌도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게 선물한 나의 2번째 스무 살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4월 1일에 시작하는 514 챌린지도 시작했다. 한국시간으로 5시지만 여기시간은 4시여서 분명 무리일 거라고 생각하고 신청했는데 3년 내내 30분 일찍 못 일어나던 네가 3시 45분에 일어나서 7일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에 너무도 놀라웠다. 혼자 하니 안되던 일이 함께 하니 된 것이다. 


1시간 514 챌린지를 하고, 30분 글 쓰고 정리하고, 30분 아침 준비 도시락 싸놓고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아침 3시간을 알차게 보내면 나의 계획을 모드 다 마칠 수 있다. 그것을 다하고 나면 하루 종일 나는 마음의 부담 없이 다른 일을 해도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 과정을 느끼지 못하고 하루 종일 나의 목표를 잠자기 전까지 마무리하고 나의 마음의 여유시간이 없이 보냈지만. 514 챌린지로 나를 커뮤니티에 묶어두니 3시간에 몰입해서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난 후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나 혼자 마음 편한 나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퇴사 후 이제야 적응을 하고 나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오늘 처음으로 낮잠을 잤다 잠시 자는동안 꿈을 백개를 꾸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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