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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Apr 04. 2022

살기 위한 첫 경험

코비의 첫 수영

일 년에 한 번씩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을 매년 친구의 집에서 가진다.  이번 모임에는  새 식구 코비도 함께 모임에 갔다. 40도가 되는 여름이라  저녁식사 후에 다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서 놀기 바밨다. 어른들은 수영장에 발만 담그거나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실내에서 음식 먹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물론 실내에서 바깥 수영장 한눈에 다 보이긴 하지만 어른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의 수영하는 모습은 지켜본다. 이날은 코비도 새로운 손님이었다.  그리고 집주인의 한 살 된 새 식구 스머지도 함께 했다. 아이들은 수영을 하다가 강아지와 함께 수영을 하고 싶어 했다. 바다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코비를 깊은 물에 들어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다들 수영 잘하는 아이들이니 깊게는 1.8미터가 되는 수영장에서 강아지를 잘 잡고 있는다는 확답을 받고 나서야 코비를 물에 넣어 주었다.



샤워할 때도 물에 젖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코비는 수영장 물에 넣어주니 웬걸 수영을 하는 게 아닌가! 수영 연습 한번 해보지 않은 코비가 앞발을  교차로 움직이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헤엄을 치며 앞으로 가는 게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수영장이 있는 집에 사는 집주인 개 스머지는 정작 물이 무서워서 들어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스머지가 수영장에 한번 들어갔다가 수영을 못해서 나온 이 후 론 겁이 나서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덩치로 봐서는 수영장에 빠진 사람도 구해서 나올 것 같은데 수영을 못하고 밖에서 가만히 바라만 보는 스머지의 모습에 마냥 웃음이 나왔다. 선입관을 가지고 한 살밖에 안된 강아지를 큰 덩치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의 겉모습으로 잘할 거라고 판단한 게 나의 잘못 있었다.


어릴 때만 개를 키우고 오랜 기간 개를 키우지 않았다. 만약 다시 개를 키운다면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시베리안 허스키는 눈빛부터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내가 가지지 못한 강함이 겉으로 확실히 느껴지는 개라고 생각을 해서 우리 집 반려견으로 키우고 싶었다. 내운데 직접 보니 웬걸 마음이 바뀌었다. 그리고 내 친구가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면서 그의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서 트레이닝을 시키기가 많이 힘들어했다. 결국 훈려이 필요해서  강아지 스쿨을 다음 주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크기를 봐도 코비가 노는 것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나는 코비를 데리고 산책 가도 끌려가다시피 뛰어가는데 저 큰 개를 산책시키려면 체력을 단단히 길러도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한 살 된 강아지 스머지와 8개월 된 코비


다시 수영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다.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우리들은 서로 코비를 외쳐보면서 자기 쪽으로 헤엄처 오기를 기다렸다. 그럴수록 더 힘껏 발을 이용해 수영을 하는 게 아닌가. 수영하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고 자랑스러워서  우리는 계속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수영해보도록 아이들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했다. 그러는 과정에 나는 코비의 눈빛을 보았다. 발은 수영을 하고 있지만 눈빛은 밖에 있는 나를 향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은 나를 물에서 구해달라는 눈빛이었다.  맞다. 코비는 수영을 잘한다고 수영을 하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젖 먹던 힘까지 모아서 헤엄을 친 것이다. 그야말로 살기 위해서 수영을 한 것이다.  물속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수영하고 있는 코비를 안아줬는데 코비는 연신 수영하는 발동작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물에 혹여나 빠질까 봐 자신도 모르게 발은 계속 헤엄을 치는 것이었다. 



새로운 첫 경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때 정말 살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해본 적이 있는가? 

발이 닿지 않는 깊은 수영장에 홀로 남게 된다면 나도 죽을힘을 다해서 살고자 헤엄을 칠 수 있을까?

아마 혼자 있는 공포감에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치 못했던 첫 경험에 직면했을 때  살기 위해 저렇게 코비처럼 열심히 몰입한다면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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