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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Mar 31. 2022

걷기에서 달리기로 가는 길

한 단계 올라가는 길

01 산책 가는 길


나는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보상심리라고 할까?  근력운동은 하기 싫고 운동은 조금이라도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나는 산책을 한다. 산책이 무슨 운동이 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매우 적합한 운동인 것은 분명하다. 처음 산책을 시작하면서 내가 사는 곳이 이렇게 이쁜 곳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매일 바뀌는 구름모습이 너무 이뻐서 산책 나갈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는 산책을 하려고 나간 게 아니라 구름을 보러 나갔다. 설거지하다가도 하늘이 이쁘면 운동화 신고 나갔다. 


운동화라니 할 말이 있다. 세일하는 운동화를 여러 켤레 사다 모았다.  세일하는 운동화를 샀더니 내발에 신발이 맞는 게 아니라 그 신발에 내발을 맞추어서 신은 것이다. 여러 가지 신발을 시도해보니 드디어 맞는 신발을 찾았다. 비싼 신발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고 남들이 좋다고 해서 신어도 나에게는 안 맞는 것들이 많았다. 태우가 신발이 많은데 학교스포츠 수업이 있는 날이면 꼭 같은 신발을 신고 가는 게 아닌가? 왜 신발 많은데 여러 가지 바꿔가면서 안 신고 똑같은 것을 신고 가냐 하니 그 신발이 제일 편하고 운동하기 좋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신발들이 더 운동하기에 좋아 보였는데 정작 본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다른 색신 발을 샀다. 웬걸 첫날 좀 불편한 것 같더니 세상에 나의 인생 신발인 것이었다. 허리도 안 아프고 발바닥 아치를 받쳐주는 깔창을 넣어도 불편하지 않고 안정감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 신발을 흰색, 검은색,  흰색과 검은색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으로 사서 번갈아 가면서 신었다. 신기하게도 같은 디자인인데 색에 따라 착용감이 다 달랐다. 자세히 보니 들어간 재질이 달라서 그 착용감이 달랐던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나에게 맞는 신발을 찾아서 잘 신고 다닌다. 다른 신발들은 게라지에 다 찌그러져 있다. 운동복 또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산책할 수 있도록 구색을 맞추었다.



02 트레드밀 걷기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에서 퍼질 무렵 의료시설이 그다지 좋지 않은 호주에서는 바이러스가 걸리기 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못하도록 락다운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실시하였다. 내가 있는 곳은 서부호주인데 이곳은 더 엄격하게 사람들의 야외활동과 움직음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나는 다니던 짐을 우선 보류하고 있다가 결국 짐 멤버를 포기했다. 오히려 책 읽을 시간이 많아져서 좋긴 했지만 다니던 산책도 못하게 되니 먼가 찜찜한 그런 기분이 계속 들었다. 문제는 소화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평소대로 먹고 몸을 아무래도 덜 움직이니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산책은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만 허용이 되었지만 그때 당시 우리는 강아지는 너무 어려서 밖에 데리고 산책을 나갈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집안 운동을 할 수 있는 장비들을 사봤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다. 그러던 와중에 트레드밀이 반값 세일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계획에 없던 일이고 반값을 해도 나에게 쓰는 큰돈이라 고민 끝에 남편이랑 반반씩 내는 걸로 하고 구매를 했다. 배송기간 한 달 넘게 기다려서 온 트래드 밀 받았을 때 그 순간만 좋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튼튼하지 못해서 뛸 수는 없고 걷기에 적합한 기계였다. 그렇게 조금씩 걷기를 하다가 이젠 거의 안 쓰고 있다. 매일 할 거라는 나의 계획과는 달리 운동화 신고 트레드밀까지 가는 데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다. 결국 트레드 밀 걷기는 실패했다고 보면 된다.


03 강아지와 함께 가는 길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는 것은 다른 세상을 만났다는 의미와 같다. 산책을 하면서 이쁜 하늘을 보면서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걷는다. 그리고 하루에 스트레스를 잠시 잊을 수 있는 좋은  마음 편안한 시간이다. 산책을 더 하고 싶지만 다른 일정들 때문에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관계로 타의에 의해서 그만두어야 할 때가 많다. 강아지와 함께 걷는다는 것은 강아지의 보폭에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강아지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목줄을 항상 잘 잡고 다녀야 하니 우리는 이때부터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뛸 때 같이 뛰어야 하고 걸을 때 같이 걸어야 하고 강아쥐가 멈춰서 볼일을 볼 때면 강아지가 부끄러워하지 않게 뒤에서 조용히 모르는 척하고 기다려 줘야 한다. 뒷정리를 하고 다시 걷는다. 나는 세상에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내가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니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강아지 데리고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보이는지 몰랐다. 아이들에게 친절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지냈지만 웬걸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니 다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게 강아지들이 사람들보다 먼저 멈춰 서서 서로의 향기를 맡는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길은 마냥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내가 하늘 사진 찍는 것이 좀 지겹고 무기력해질 무렵 강아지와 함께 동행하게 되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전엔 하늘만 보고 걸었다만 이젠 땅에 있는 강아지를 보고 걸어야 했다. 길에 물이 없는지, 위험한 것은 없는지 살펴가면서 걸어야 했다. 가방 없이 자동차 키와 핸드폰만 들고 산책했던 길을 물과 뒤처리용 봉지, 휴지까지 준비해서 다녀야 했다. 그러니 머 그다지 여유롭지 않으나 잡생각 할 틈이 없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오히려 강아지 덕분에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산책을 하게 되어서 나의 건강에는 더 좋다.



04 가족들과 함께 가는 길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는 경우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줄어들었다.  애들이 학원 간사이 기다리면서 혼자 걷거나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에 잠시 나가서 산책하는 일이 많으니 모두 함께 나가는 일은 드물다. 가족 구성원들과 돌아가면서 같이 가는 경우는 있다. 그럴 경우는 내가 같이 나가자고 물어보고 그중 가고 싶은 사람이 나와 함께 동행하는 것이다. 요즘은 일요일 새벽에 남편이랑 강아지랑 셋이서 새로운 장소로 산책을 간다. 아이들은 늦잠 잘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 잠자게 두고 우리만 차로 30분 거리 떨어진 곳으로 산책을 하러 간다. 난 주로 산책을 동네 근처에서만 하기 때문에 남편의 동행이 없으면 멀리 나가서 산책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새로운 곳의 산책 또한 매우 신선한 활력이 된다. 일요일 새벽 산책은 계속 유지하고 싶은 일중에 하나이다.


05 두려웠던 달리기 3일 차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 챌린지도 하고 달리기 앱을 사용하여 달리기한 후 인증사진을 올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실 그 피드들을 보면서 더 달리기가 무서워졌었다. 30분이나 달린다고? 그것도 매일 새벽에?  매일 15분 산책도 겨우겨우 유지하는데 출근 전 달리기를 하고 인증까지 하는 것을 보고 난 시작할 생각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그 피드들을 보면서 내가 아주 작아지는 기분도 많이 들었다. 저들은 뛰고 있는데 나는 빠른 걸음도 아니고 천천히 산책하고 있으니 너무 뒤처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잘 달리는 사람들 보니 질투가 났다. 하지만 해보고 싶지도 않았다. 분명 하루도 못할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말이다. 나의 클럽하우스 멤버들 중 새벽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꾸준히 실행해오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조심스레 물어봤다. 어떤 앱을 쓰면 되는지 물었는데 아주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다. 무엇이든지 먼저 시작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정말이지 제일 빠른 것 같다. 정보를 찾는데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앱을 받아서 실행시켜서 한번 나가봤다. 웬걸 앱에서 말도 하는 게 아닌가! 놀랍게도 그날 내가 에어 포드를 가지고 나가지 않아서 스피커로 들어야 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시간이라 가능했다. 스피커에서  상냥한 트레이너가 나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나와 함께 해준다고 하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그녀의 안내에 따라 걸었다가 뛰었다가를 반복했다. 두려웠던 달리기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난 30분 동안 줄곧 달리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초보자의 경우라서 그런지 몰라도 걷다가 달리다가를 반복하는 것이라 할만했다. 더군다나 그동안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면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해서 어느 정도 연습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첫날은 오후에 이유모를 배가 아프더니 둘째 날 달리기 후에는 배가 당기기 시작했다. 남편이 달리기를 배로 했냐고 웃으게 소리로 놀렸다. 오늘이 드디어 3일 차 되는 날이었다. 너무도 기분 좋게 하고 왔다. 산책에서 느끼지 못한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앱트 레이너가 얘기하는 데로 일주일에 3일은 꼭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게 나는 그간 거부해 왔던 달리기를 앱을 통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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