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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May 09. 2022

반려견 수염

미안하다 코비야.

코비 미용하는 날



코비의 털이 덥수룩해진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털이 자랐을 때가 제일 이쁘고 앉아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 시기를 이쁘다고 내버려 두면 금방 털이 엉키기 시작한다. 그래서 털을 잘라줘야 한다. 

유튜브를 보고 집에 돌아다니는 조그만 가위로 조금씩 조금씩 잘라주기를 한지가 벌써 여러 회가 되었다.

어떤 날은 이뻤다가 어떤 날은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다니는 코비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애견 전문가들의 영상들을 보면서 나도 잘 잘라보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애견용 가위 세트도 주문을 하였다.  미용가위 세트가 도착하자마자 코비 털을 잘라주기로 마음을 먹고 뒷마당으로 나가서 세팅을 했다.

햇빛이 아직 뜨거워서 그늘을 먼저 만들고 간식도 준비했다. 그리고 조금씩 자르기 시작했다.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반항을 하던 코비도 한 살을 넘기고 나니 가위로 잘라주면 입 주변을 제외하고선 털 자르는 것에 협조를 잘하였다.  


가위로 털을 잘라주는 그 시간은 나에게 모든 것을 잊고집 중하는 시간이다. 요즘은 털 잘라줄 때 자르라고 그냥 편하게 누워있다. 코코비가 피곤하고 힘없는 낮시간에 잘라주니 얌전히 잘 자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는 덕분에 털 자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신나게  몸의 방향을 조금씩 옮겨가면서 털을 잘라준다. 털 자르기 힘든 부분이 입을 벌려서 자르는 것인데 주로 너무 거부하기 때문에 입 주변의 털은 자르는 것이 쉽지가 않다. 혹시나 가위에 상처를 입을까 봐 더 조심스러워서 너무 거부할 경우 자르지 않는다.  이렇게 털을 자르고 나면 여기서부터가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털 자르는 것이 더 재미있었나 보다.


뒷마무리가 어마어마하다. 사방에 떨어진 털 정리와 게다가 코비가 다 자르고 나면 온몸을 털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방으로 흩어진 털 가루들이 내 옷에 다 묻어 버린다.  대대적인 청소를 마치고 사실 자르는 것보다 뒷정리하는 시간이 훨 많이 걸리는 일이라 왜 반려견 미용 가격이 비싼지 한 번만 잘라봐도 이해할 것이다.


뒷정리가 끝나고 샤워를 깔끔하게 시키고 나면 코비의 미용 시간이 끝난다. 그러면 맛난 간식을 하나 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샤워만 끝나고 나면 미친 듯이 집안을 뛰어다닌다. 끝나서 기분이 좋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번개같이 뛰어왔다가 쇼파위을 점프하고 사방으로 날아다닌다. 


털이 잘 마르고 나면  삐죽삐죽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좀 깔끔해졌다는 이유로 나름 나 자신을 칭찬한다. 


그리고 며칠 후...


강아지 수염은 자르면 안 된단다.

고양이수염은 자르면 안 된다는 것을 어릴 때 할머니가 이야기해주셔서 알고 있었지만 강아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본 유튜브에서도 특별히 강아지 수염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 어쩜 내가 그 부분을 놓치고 지났을지도 모르지만...

강아지 역시 수염을 자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반려견의 경우 사람의 수염과 달리 감각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뿔싸.


 몰랐다. 어쩌지.


주변의 사물을 인식해주고 눈을 보호해 준다. 게다가 감정 상태까지 표현해준단다. 

수염을 자를 경우 감각의 변화가 생겨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미용 때문에 자르는 경우 반려견은 자르는 순간 통증을 느끼지 못하나 감각 능력을 잃거나 줄어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비 입 주변으로 가위를 가져가면 그렇게 거부했었던 거였다.

하지만 나는 수염을 잘랐었다. 주변 털의 같은 길이로...

아무리 찾아봐도 수염이 없다 지금은...

미안하다 코비야.

무지한 나 때문에 감각을 느끼지 못할까 봐 며칠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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