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ODY May 10. 2022

심심해서 나가셨다는 어버이날

나는 바쁘지만 부모님은 심심하셨다는 어버이날

코로나로 3년째 부모님을 못 뵙고 있다. 자식들이 둘 다 외국이 있어서 매해 직항도 없는 곳으로 영어도 안되시는 분들이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셔서 한달 정도 계시다가 가신다. 매해 뵙다가 못 뵈니 전화를 드려도 이야기꺼리도 줄고 점점 전화 횟수도 줄어들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할 땐 바쁘다는 이유로 출근 전 전화를 짧게 드리고 출근하였는데 직장을 관두고 나니 이마져도 안하고 있다.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어서 이기도 하다.



부모 자식 간에 이야기가 꼭 필요한 건 아닌데, 그냥 안부전화인데 요즘은 그게 잘 안된다. 애들 어릴 때는 애들 보여준다는 이유로라도 했었는데 애들이 점점 커가니 이제 화상채팅도 하는 게 오히려 더 어색해진다. 그들도 할머니 할아버지께 할 말이 별로 없어서 인걸 알았다. 매일 똑같은 '식사 하셨어요? ', '오늘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런데,,, 아마도 우리 엄마, 우리 아빠는 그 똑같은 말이라도 듣고 싶으실지 모른다.


보통 어버이날 일주일 전에 환전하여 돈을 보내든지 아니면 선물을 보내드리는데 이번엔 아무런 준비를 못했다. 그렇다고 꽃을 보내도 되긴 하나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음식을 보내자니 그것도 특별하지 않고 직접좋아하시는거 사드시는게 더 낭을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와 다른 것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버이날 이른 아침 동영상을 만들어 보니기로 맘먹고 동영상을 만드는데, 아빠는 평소에도 자신의 사진도 보내주시고 하셔서 사진이 있는데 정작 우리 엄마 사진은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아이들의 사진을 여러 장 편집해서 카네이션과 글을 마무리하여 영상을 만들었다. 다행히 아빠 사진은 최근 카카오톡으로 받은 사진이 있어서 그것을 활용하였다. 여러가지 사진 편집하고 영상을 완료하였다. 대단한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카카오톡으로 영상을 보내드렸다. 그후 전화를 하니 아니나 다를까 영상 보고 계셨다고 하셨다. 어버이날을 위해서 새로 만든 것도 아니고 기존에 있던 사진들을 모아서 만든 영상이라 부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여러차례 돌려보신모양이다.


그리고 오후에 전화를 드렸더니 밖이셨다. 다른 집들은 북적북적 정신없는 어버이날을 보내고 있겠지만 평소 사람 붐비는 집을 좋아하는 아빠는 손님 없는 집이 싫어서 그러신 지 나가신 모양이다. 밖도 오늘은 복잡할 텐데 왜 나가셨냐고 물어보니 집에 있으면 심심해서 나가셨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씀에 많은 것이 포함되어있었다.  이제 연세가 드셔서 그런지 속마음 표현을 잘 안 하시는 엄마까지 ' 왜 그리 먼데 가서 사냐'고 하시는 게 아닌가. 특별한 날이 되면 참 맘이 여러가지로 안좋다. 그렇다고 가까이 살았다고 이런날들이 엄청 좋았을까 하는 의문도 들기도 한다.


고민끝에 이번 어버이날 선물을 스마트폰을 쓰시면서 불편하신 것이 많았을 텐데 그것을 내가 직접 도와드릴 수 없으니 디지털 튜터가 직접 방문해서 가르쳐주시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부모님께 의견을 물어보고 신청을 하면 분명 '안 한다.' 하실게 분명해서 일단 신청부터 하고 연락드리기로 했다. 그러고 언니한테 어버이날 선물로 신청했다고 하니 '별로 안 좋아하실 텐데', 남편한테도 이야기하니 좋은 생각이다 아니다 전혀 대답 조차 안 했다. 

다 별ㄹ로라는 의견이라 결제까지 마친 나는 내심 걱정이 들었다. 신청 과정에서 방문을 해야 하니 여러 가지 시간이랑 물어봐야 할 것들이 있어서  결국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서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의외의 반응이었다.



꽃을 보내드려도, 돈을 보내드려도, 선물을 보내드려도 늘 왜 그런 거 보냈냐고 하셨던 분들이다.  그런데 웬걸 이번엔 아빠가 "하긴 그런 거 배워두면 좋지" 라고 말씀 하시는게 아닌가. 전혀 의외의 반응이었다.일단 첫 수업에 대한 날짜와 장소로 메일을 보내 놓긴 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엄마와 아빠가 알아서 하셔야 한다. 아마도  잘하시겠지?  첫 수업 관련으로 전화를 몇 차례 했는데 평소 통화하실 때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으셨다.


 아빠는 평소에 본인의 사진도 자주 보내주시는데 엄마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으셨는데 오늘 통화후에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다 가려진 엄마의 모습을 직접 찍어서 보내주시는 게 아닌가. 얼굴 다 가리고 보내신 엄마의 모습에 한참을 생각하게 했다. 야외 산책하실때는 마스크안하셔도 되는데  하셨네... 왜 가리고 찍으신걸까...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엄마의 지금 모습을 보니 반갑고 좋다. 부모님 직접 뵙지 못하니 사진도 한 번씩 찍어서 보내달라고 말씀드려야겠다.


그리고 기존의 디지털 수업 관련으로 핸드폰 기종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핸드폰을 찍어서 보내셨는데 바탕화면이 다 우리 사진들이었다. 그것도 이미 몇 해는 지난 사진들이었다.  내 핸드폰 사진에는 우리 애들 사진들 뿐인데..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해도 기분이 묘했다. 올해는 부모님 꼭 뵐 수 있기를...


그리고 디지털 튜터 과정 무사히 만나서 하시길 기도해본다. 배우시면서 지루한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내실 수 있었음 하는 바램이다.

작가의 이전글 반려견 수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