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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May 13. 2022

산책 고픈 날

비 오는 날

가을이 한창이다. 나뭇잎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내가 사는 호주 시골에는 일 년 중 4월에 비가 많이 내리다가 서서히 싸늘해진다. 올해는 이상하게도 4월 내내 따뜻하고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땅이 젖어있지 않아 신나게 4월 5월 중순까지 코비 데리고 산책을 맘껏 할 수 있었다. 기온이 따뜻해서 조금은 더울 때도 있긴 했지만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기는 너무 좋은 날씨였다. 시간대 상관없이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5월이 되고 이제야 비가 내리더니 서서히 추워지기 시작했다. 어제처럼 하루 종일 비가 내린 날은 코비는 꼼짝없이 집안에 있어야 한다. 좁은 뒷마당만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고 산책은 생각 좋자 못했다. 다른 반려견 키우는 분들은  비 오는 날은 산책을 어떻게 시키는지 궁금하다.


산책 금단현상으로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코비를 보고 비가 와도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들 등교 전 코비를 데리고 나갔다. 집을 나서자마자 뛰기 시작하는 코비 며칠도 아니고 단 하루 산책을 못했는데 난리가 났다.  코비 달리는 속도에 맞춰서 뛰는 게 쉽지가 않았다. 모든 강아지들이 이렇게 산책을 좋아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걸으면서 온갖 다른 강아지들이 볼일 보고 간 흔적의 냄새들을 일일이 다 맡으면서 자기도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다.


뛰었다가 걸었다가 멈췄다가를 계속 반복하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냄새 맡고 걷기를 반복하면서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그러는 사이 하늘색이 여러 빛깔로 변하고 있었다. 어찌 사진을 안 찍을 수 있겠는가. 코비는 냄새 맡는다고 바쁘고 나는 하늘 사진 찍는다고 바빴다. 비가 왔다 안 왔다 하니 무지개도 보고 바쁜 아침시간에 코비 산책으로 나왔다가 덕분에 이쁜 하늘 구경하고 안 들어가겠다는 코비를 아이들 산책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코비 산책 고파서 나왔는데 덕분에 나도 힐링하고 들어가는 아침을 맞이했다. 강아지의 산책은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것 같다. 나에게 잠시 쉬고 잡생각을 멈추게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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