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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Jul 01. 2022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동물병원 다녀오다.

아기가 우유 잘 먹고, 밤에  잘 자고, 큰일 잘 보면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칭찬을 마구마구 해준다.

아무것도 못먹다가 배아픈데 먹는 캔조금 먹고 잠자는 코코비
동물병원 가서 맘 상해서 화가 나서 불러도 고개도 안 돌림


강아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코비와 함께 살면서는 스펙터클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코비와 우리는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산책을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잠시 비가 멈췄을 때 산책하고 젖은 몸 때문에 샤워까지 깨끗이 시킨다.

친구들이 많이 나오는 시간에 산책을 하게 되면 냄새 맡고 꼬리를 흔들면서 인사를 하거나, 멀찌감치 멈춰서 지켜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이날이었다. 오후 5시경이었다. 호주는 지금 겨울이다. 6시가 넘으면 해가 서서히 지니, 그전에 산책을 시키겠다고 집집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길로 나온다. 보통 한집 걸러 한집은 개를 키우는 것 같다. 개를 키우기 전에는 정말이지 이렇게 많은 개들이 집안에서 사는지 알 수 없었다.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계속되다가 잠시 비가 그치니  강아지들이 어디서 나왔을까 할 정도로 유난히 많은 날이었다.  


산책 후 집에 오면 즐겁게 식사를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잠을 청하지도 않고 이상하게 떨고 있는 게 아닌가. 매우 건강하게 잘 지내는 녀석이 떨고 있는데 매우 안쓰러웠다. 물 한 모금 먹지 않았다.

자다가 깨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며칠 동안 설사로 고생을 했다.

동물 병원 예약이 되질 않아 며칠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설사를 하면서도 산책하러 가자면 좋다고 따라나선다. 힘도 없는 녀석이 바깥구경은 나가고 싶어서 인지 불쌍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산책'이라는 말소리에 신나서 따라나서는 모습을 보면 안 데려갈 수가 없었다.


주말을 보내고 설사가 하다 말 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예약된 월요일이 되어 아침에 동물병원에 갔다. 설사도 멈추고 컨디션도 괜찮아 보여서 부킹을 취소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는 맘에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동물병원에는 아침부터  아픈 강아지들이 많았다.

동물병원이 익숙지 않은 나는 병원 안으로 코비를 데리고 들어갔더니 가자마자 안내데스크 아래에 소변으로 마크를 했다. 순간 너무 당황하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러나 안내데스크 사람이 많이들 그런다고 자기가 닦겠다는 것을 미안한 맘에 휴지로 바닥을 깨끗이 닦았다.

그 후 몸무게를 재라고 하길래 몸무게를 재고 또 실수를 할까 봐 내 무릎에 앉혔다.

동물병원에 와서 이름부를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



내 뒤에 들어오는 다른 견주는 들어오기 전 밖 나무 아래서 소변을 보게 하고 여러 번 타이르고 문을 열고 들어와서 몸무게부터 재는 게 아닌가.

역시 경험은 무서운 거구나 생각했다.

다음번엔 나도 저렇게 하리라. 


수의사가 이름을 불러서 부랴부랴 들어갔다.

며칠간의 이야기를 설명했다. 다행히 지금 상태는 괜찮다고도 얘기하고 또 문제가 생길까 봐 왔다고 했더니 청진기로 체크하고, 이빨도 체크하고 그다음으로 똥 코에 체온 체크를 하려는데 설사로 인해 민감해진 부분이라 이빨을 들어 올리면서 으르렁 거리는 게 아닌가. 그렇게 두 번 시도하다가 수의사는 그냥 바로 포기를 했다. 어르고 달래지도 않고... 그냥 수의사가 보기에 지금은 건강해 보인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때부터 코비는 맘이 심하게 상했는지 수의사가 입안에 약을 넣으려는데도 으르렁거렸다. 결국 약은 못 먹여서 집에 가서 내가 먹이기 위해 받아왔다. 참고로 이약은 구충제다. 


문제는 오른쪽 앞발 발바닥을 심하게 빨아서 그것도 확인하고자 찾은 병원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해도 수의사는 발도 볼 생각을 안 하고 코비가 많이 민감하니 다음에 하자하고 진료를 마치는 게 아닌가.



고로 병원 가서  직접적으로 코비에게 해준 게 없다.


말 못 하는 동물이 아프니 어찌나 맘이 안 좋던지. 축 쳐져서 힘없이 자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에 다시 설사가 시작되었다.


웬일인지 병원에서 안부차 코비가 괜찮은지 전화가 왔다.

아마도 그렇게 돌려보낸 게 걸려서 연락을 한 게 아닐까.

부킹을 하고 다시 수의사를 만나 발부터 체크했다.


애기들한테도 항생제를 잘 안 주는데  알약과 항생제 크림까지 처방해줘서 담날 찾으러 가기로 했다.

약값만 $78 한화로 약 69,000원 다행인 건 그나마 동물병원 멤버십을 끊어둬서 병원비는 따로 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늘 얘기했지만 사람 아픈 것보다 동물이 아프면 병원비가 더 비싸다고...

병원비도 그렇지만...

말 못 하고 아파있는 강아지를 보는 건 참.... 마음이 아픈 일이다.


예전에는 강아지를 비행기에 테우고 그 비싼 돈을 내고 데려가는 것을 이해를 못 했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 결코 돈이 많아서 데리고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아지를 키울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좀 더 깊이 

좀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식구를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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