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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Aug 20. 2022

위. 대장내시경 하던 날

다이어트 효과

나는 호주에 15년째 이민 와서 살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위. 대장내시경을 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공립병원에서 2개월 정도 기다리다가 연락이 와서 날짜에 맞춰서 지켜야 할 수칙에 따라 준비했다.

가끔 한국에 들어갈 때면 건강검진을 받았다. 여러 항목을 아침부터 시작하여 오후쯤이면 끝나는 일정으로 검사를 받았다. 정신없이 안내해주는 데로 하고 나오면 되는 건강검진이었다. 아마도 6년 전의 일인 것 같다. 사실 기억도 잘 안 난다.


이번엔 호주에서 처음으로 위와 대장내시경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내 메일에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들이 하루 전이 아니라 일주일 전부터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내 기억에 한국에서 할 때만 해도 이상한 물을 몇 병 마신 기억밖에 없는데 말이다.

대장내시경을 위한 준비

이왕 하는 검사 제대로 해야겠다고 먹지 말라는 음식은 먹지 않았다. 지인의 말로는 제대로 비우지 않으면 검사를 안 해주고 다시 돌려보낸다는 말에 철저히 수칙을 지켰다. 전날 속을 비우고 이상한 물을 3리터나 마시고 장도 비웠다. 자동으로 다이어트가 되었다. 그야 말고 깨끗하게 가볍게 비웠다. 그동안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인지 별로 힘들지 않았다. 속도 편하고 몸도 가볍고, 사람이 안 먹고 하루 정도는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받던 날 마지막 1리터를 가쁜히 마시고 가볍게 11:30까지 오라는 레터데로 병원에 갔다. 


이미 엄청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맘 편히 책 읽을 것을 챙겨서 갔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는 2:30에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까지 깬 시간은 오후 4시다. 한국이었음 모든 다른 검사까지 다 마치고 집으로 가서 음식을 먹고 아마 쉬어도 한참 쉴 시간이다. 오랜 기다림을 예상하고 가서 지루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나의 자유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검사하러 가기 전 6명의 간호사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고 확인하고 두 명의 의사를 만나고 검사했다. 내가 무슨 검사를 하는지 이야기해야 하고  이것을 하기 위한 음식조절과 이상한 물을 마신 것에 대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했다.  


검사가 끝나고 회복실로 가니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물어보는데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다. 밀가루를 현재 먹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의 이틀 동안 속이 빈 상태라 제시한 메뉴 중 홀 밀로 된 샌드위치를 먹겠다고 했다. 맛은 정말 없었다. 정신이 말짱해지고 집에 가려는데 남편이 회복실 안에 들어올 때까지 못 가게 했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남편이 계속 전화가 왔다. 회복실 안으로 꼭 들어와야 하냐고. 사실 남편의 말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무슨 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걸을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절대 나 혼자서 못 나간단다.

밖은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다. 퇴근시간이랑 겹쳐서 길은 더 복잡해졌다. 다시 한번 간호사에게 남편이 입구 쪽에 오면 내가 바로 차 타고 가면 안 되냐고 하니 안된단다.  자기들 정책이 그러니 간호사에게 더 물어보질 못했다. 여러 차례 전화가 오니 간호사가 안 되겠는지 그럼 주차장 입구 쪽에 같이 가주겠단다.  간호사와 나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주차장 입구에 남편이 있는 곳까지 갔다. 그리고 내가 차에 타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갔다.


이번 검사를 통해 느끼는 점이 많았다. 아프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기다림의 연속은 이미 예상했지만 기다리면서 나나름데로 15년 호주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짜증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짜증 낸다고 내 순서가 더 빨리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도 많이 느긋해진 것 같다.

하나하나 확인하는 병원시스템을 보면서 넘 천천히 해서 답답하긴 했지만 나름 정확히 신중히 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한국의 빠른 시스템이 늘 그리웠지만 내가 여기 있는 한 여기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나도 편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책보며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제일 큰 변화였다.

결과도 2주 후에 나온단다.

다시 병원에 2주 후에 결과를 보려고 전화로 부킹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너무 피곤했는지 12시간을 잤다.


혹시 대장 내시경을 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미리 다이어트를 하면서 속을 조금씩 비우시길 바란다. 그러면 좀 수월하게 검사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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