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기 마음을 선택한 날

요며칠 사이, 바다가 자란 것 같다고 느꼈다.
여전히 바다는 수줍고, 가끔은 세상과 부딪히며 운다.
하지만 웃는 일이 더 많아졌다.
예전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날이 많아졌다.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선명하게 느낀 변화는
TV를 스스로 끈 날이었다.



우리가 정해놓은 알람이 울렸고,
나는 다른 일로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바다가 리모컨을 들고 와 말했다.


"엄마, 나 스스로 껐어. 잘했지?"


나는 그저 '약속을 잘 지켰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훈육의 성과가 아니었다.
아이는 지금 자기 마음을 선택한 것이다.


더 보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었을 텐데,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하지만 우리는 약속했지”라는 다른 마음을 따라가기로 한 것.
게다가 엄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보고 있지 않았는데도.


나는 그동안 그런 마음이 자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강요하지 않고,
붙들지 않고,
그저 그 마음이 올라오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다 안에 스스로의 기준이 생겨가고 있다.

자기 안에 두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그중 어느 쪽을 따라갈지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힘.
그 선택을 한 자신이 자랑스러운 마음.
그 마음을 엄마에게 나누고 싶은 애정과 믿음.

나는 그것을 ‘자란다’고 부르고 싶다.


나의 육아가 조금 편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흐르는 마음의 결이 더 부드러워졌기 때문에.
바다의 마음도
엄마인 나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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