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의 동상이몽

다른 두 세계 속에서

바다의 세계


며칠 전, 바다는 야구놀이 공간에서 방망이를 잡았다.

자동으로 공이 튀어나오는 기계 앞에 서서, 과녁을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다가와 자세를 잡아주려 했지만, 바다는 단호했다.


“혼자 할래요.”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30분 넘게 공을 치려 했지만,

제대로 맞는 공은 거의 없었다.

옆 기계에서 놀던 아이들은 차례를 바꿔가며 금세 지나갔지만,

바다는 홀로 끝까지 고군분투했다.

그 모습은 고집 같기도 하고, 오기 같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포기하지 않고 몰입하는 투지로도 보였다.



돌아보니, 이건 바다가 가진 두 성향이 함께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감정을 깊이 몰입하는 기질과

스스로 정리하고 싶어 하는 기질이 겹쳐진 순간.

그래서 도움을 거부했고, 결과와 상관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과정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 공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며 ‘실패’라고만 생각했다.


‘누가 알려주면 빨리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고생을 줄여주면 아이도 더 고마워하지 않을까?’


나는 효율과 성취를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다에게는 실패조차 놀이였는지도 모른다.

과녁을 맞추지 못해도, 공이 빗나가도,

스스로 끝까지 해보는 과정 자체가 이미 재미였던 것.



나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깨달았다.

부모의 통념적인 시선은 때로 아이의 세계와 다를 수 있다.

내가 실패라 본 자리에, 아이는 몰입과 즐거움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