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루를 다시 읽다

아이의 영수증


어제 아침,

바다는 현관문 앞에 놓인 수영 가방을 보고

질색을 했다.

‘아, 오늘도 실랑이겠구나.’ 싶었다.



실랑이 끝에, 하지만 자신의 주도로,

바다는 물에 들어갔고,

수업 후 선생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안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서 걱정했지만,

설명을 들으니 잘 참여했다는 이야기.



오늘 아침에

선생님이 보내주신 수업 영상도 함께 봤다.

바다는 한 번 보고 씩 웃었다.


수영 어땠어?
재밌었어.
다음에 또 갈까?
응.

그래서 내가 괜히 말했다.

이렇게 재밌는데...
어제는 안 간다고 했었네, 그치?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이제는 조금 이해된다.

어제 수영이 끝나고

우리 가족은 외식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하루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바다는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울고, 떼를 썼다.

우리는

타일러도 보고

으름장도 놓았다.

다행히 어찌어찌 밥은 또 먹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잘 준비를 하자고 하니

다시 떼쓰기가 시작됐다.

혼자 할 줄 아는 아이가

힘이 없어서 못 해.

라며

양말 하나를

제대로 벗지 못했다.

팬티 앞뒤를 알려줘도

아니라고,

앞이 뒤라고 우겼다.



말이 안 되는 고집,

끝나지 않는 울음.

아빠가 사태를 마무리하는 동안

나는 누워서 생각했다.

‘이게 뭐지. 뭐가 문제였나.’



그런데 이제 보인다.

바다는 어제

기관에서

규칙을 지키고,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차례를 기다리고,

감정을 숨기며

자기 조절을 계속 했고,



이어지는 물이라는 환경에서

몸 전체를 써야 했고,

선생님 말을 듣고,

친구 반응을 살피고,

과제를 수행했고,

끝나고 나서

식당이라는

또 하나의 사회적 공간을 통과했다.



어른도 이러면

집에 와서 말한마디 하기 싫고,

샤워도 미루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이에게는 그게

양말 하나 못 벗는 모습으로 나온다.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서.



어제의 밤은

문제 행동이 아니었다.

그날 하루 동안 쓴

에너지의 영수증이었다.



이제야

그 영수증을

제대로 읽는다.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