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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Dec 15. 2017

후원하는 나와 후원받는 아이

기브 앤 테이크, 동등한 관계


해외아동과 국내 아동에게 후원을 한지 벌써 10년째다. 제일 처음 후원했던 아이는 재작년에 이미 성인이 되어 후원은 끝났고 편지만 주고받는다. 처음 아이 때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만나지는 않았다. 후원을 하는 아이가 늘어나고 방법이 달라질수록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굳어졌다.


만남을 갖게 되면 그때부터는 다른 관계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서로의 눈을 보고 얼굴을 보고 손을 맞닿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가. 만나기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다. 좋게든 나쁘게든.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빌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거기에서 생기는 행복감과 기쁨을 적립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후원자가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저 후원이라는 이름이 변질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단체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후원하는 당사자 역시 마찬가지라는 거다. 


그리고 후원을 받기 때문에 "상대는 가난할 것이고, 가난하면 이러저러 한다"는 선입견이나 프레임으로 상대를 내 뜻대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생각과 프레임을 갖게 되면 우월감에 빠지고 상대를 동정하게 된다. 그러니까 선을 넘으려다 당연하게도 상대가 내 뜻대로 안 되고 내 생각과 다르게 되버리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제일 처음 후원했던 아이가 성년이 되었을 때가 기억난다. 내가 낳은 아이도 아닌데, 사진밖에 본 적 없는 아이인데 그게 그렇게도 기쁘고 행복했다. 한 달에 몇만 원, 혹은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로 얻기엔 굉장히 좋은 경험이고 값진 흥분이었다. 그냥 그거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기브 앤 테이크는 성립. 기브 앤 테이크였기에 일방적으로 내가 주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이 되므로 후원하는 나와 후원받는 아이는 동등한 관계인 것이다.


- 모 단체의 패딩 사건을 읽다보니 그냥 답답해서 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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