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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Jan 08. 2018

나훈아를 좋아하시던 할머니들


지하철에서 할머니 두 분이 정답게 이어폰을 나눠 끼고 영상을 보고 계셨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고 계셨다. 뭐 재밌는 거라도 보시나 했는데 나누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나훈아 콘서트 영상을 보고 계신 것 같았다.


"역시 입담은 나훈아라니까.. 남진보다 낫지."

"그러게요. 노래는 또 얼마나 잘해. 몇 시간이나 했다니까."

"여기 다녀왔어요?"

"아뇨 표가 없더라니까. 금방 다 팔려 버려 가지고.."

"역시 나훈아야."


대략 이런 내용의 대화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이어폰을 빼시더니 이제 내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자 다른 할머니가 굉장히 아쉬워하며 끝까지 같이 보면 좋을 텐데 라고 하셨다. 참 좋은 친구 사이구나 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얘기가 들려왔다.


"이름이 뭐예요? 나훈아 좋아하는 사람끼리 이름은 알아야지."


그랬다. 두 분은 그 날 지하철에서 처음 본 사이셨다. 나훈아 때문에 몇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짧지만 강렬한 우정을 나누셨던 것. 


아마도 미래에는 아이돌로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지 않을까.


"내가 그때 직캠 좀 찍었어요. 홍홍홍."


이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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