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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Aug 05. 2015

내 생애 첫 자전거 후기

이제 다시 자전거를 못 타던 때로 돌아가지 못해


          <내 생애 첫 자전거>라는 글을 쓰고 나서 며칠이 흘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자전거 연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제 자전거 연습을 한번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서울숲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빌리러 가서 "저 자전거 못 타서 배워야 돼요. 적당한 거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니 주인장께서 안장 높이도 맞춰 주시고 친히 연습하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그렇게 자전거를 끌고 서울숲으로 향하는데, 애인이 "오늘은 왠지 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못 탈 경우를 대비한 밑밥으로 "아.. 영원히 못 타 버리는 것은 아닐까?"라고 중얼거렸다. 지난번 연습하던 그 곳에 자전거를 세웠다. 자전거에 앉아 중심잡기 연습부터 하기 위해 내리막길을 내려 가는데 어랍쇼? 발을 딛지 않고도 쭉 간다 가. 그래서 다음 번 단계인 "오른쪽 발은 페달에 왼쪽 발은 땅 치기" 연습에 들어갔는데 어랍쇼? 왼쪽 발을 든 상태로도 쭉 간다 가. 


          "페달 밟아 봐도 되겠는데?" 애인이 왼쪽 발을  헛발질하는 나에게 왼쪽 발 올리는 타이밍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몇 번 연습 하자 아.. 밟힌다. 밟혀. 150m 정도 되는 거리를 몇 번의 끊김이 있었지만, 페달을 밟고 갈 수 있었다. 애인이 수고했다며 편의점에서 마실 것을 사러 들어간 사이 혼자 연습을 하는데, 뭔가  연습하는 동안 부스터 게이지가 가득 찬 것일까. 부스터가  발사됐다. 조금 비틀거리긴 했지만 200m 정도를 멈추지 않고 쭉 달렸다. 더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내 고소공포증이  발현되어 멈춰 버렸다. 그리고 뒤돌아봤는데, 애인이 막 웃으면서 오는 게 보였다.


          "탔네!!!"


          그 뒤로는 배우는 속도가 빨라졌다. 거의 서 있는 상태에 두 발을 모두 페달에 올리는 것부터 해서 멈추지 않고 가는 것, 코너링 등등. 길을 가로 질러 가고 있는 애인의 등 뒤로 "나 탄다!!!" 하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나를 보며, 애인 역시 기뻐하고 있었다.  기특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 속으로 '저 여자는 혹시 자전거를 못 타는 열매를 먹은 게 아닐까' 하며 자전거를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역시나 고소공포증 때문에 적정 거리에서 멈추고 다시 타고 멈추고 다시 타고를 반복했지만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서울숲을 돌았다. 핸들 제대로 잡는 것이나 상체 힘을 빼는 것, 브레이크 제대로 잡는 것 등 숙제거리가 많이 남았지만 뿌듯했다. 자전거를 처음 탔던 그 날 주눅 들었던 그 기분과는 달리 아주 의기양양했다. 자신 있게 고기 덮밥을 해치우고 있는 내게 애인이 말했다. 


          "이제 다시 자전거를 못 타던 때로 돌아가지 못해. 아무리 오랜만에 타도 5분도 안돼서 자전거를 타게 되거든."


            비로소 제대로 된 자전거 연습에 돌입하여 오르막길 내리막길 좁은 길 등등 여러 코스를 달리는 연습에 들어가야겠지만, 이건 정말 역사적인 날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됐었어도 좋더라. 아무튼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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