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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Oct 25. 2018

우리의 우정이 끝났다


내게는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친구가   있다. 스무살이 되기 얼마 전에 만났던 친구.


특별한 친구가   친해지고 얼마 안됐을  일이었다.  친구가 내게 "나랑 같이 죽어 ."라고 말했다. 그때의 나는 어둠의 오라가 강했기 때문일까. 누구나에게나 보이던  오라를  친구는 직감적으로 죽음의 오라라고 느꼈던  같다. 나는  친구의 말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그래. 그러지 뭐."


그 후로 우리는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친구가 됐다.

사실 나는  친구가 아닌 누구였어도 같이 죽어 주겠다고 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때의 내게 그런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을 계기로 우린 필요할 때만 찾고, 부정적인 감정을 배설하고 싶을 때만 찾는 그런 친구가 되었다. 좋은 , 즐거운 것을 나누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어쩌면 정말 찾아 올지도 모를 삶의 마지막을  두렵게 해줄 상대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죽지 않고 조금은 살아 볼까 하는 생각으로 성장했다. 우리도 행복해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로가 "  새끼  행복해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록 겉으로는 꺼져, 등으로 막말을 했지만 욕을 안하는 내가 유일하게 쌍욕을 건네는 대상이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를 불쌍하게 생각했고, 서로가 서로를 다른 친구 관계와는 다르다고 생각했으니까 가능했다.


그런데  친구와 나의 우정이 끝났다. 이걸 우정이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친구와 나의 우정이 끝났다.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구가 페이스북에 결혼한다는 글을 남겼었다. 내게는 따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글을 볼테니 알아서 알거라고 생각한걸까. 아니면  글을 보고 내가 자기에게 말을 걸어줄꺼라 생각한걸까. 내게 따로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결혼 사실만을 올리고  사라졌다. 그리고 몇몇 웨딩 사진이 올라왔다.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십수년을 알고 지내면서 봤던  친구의 얼굴 중에 가장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지 싶었다.


그러자  친구가  내게 따로 말을 하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 먼저 같이 죽기를 요청했던 자신이 행복해졌기 때문에 우리의 우정이  이상 유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그보다 이제는 내가 아니어도 되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이제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  것이다. 이제서야  친구는 삶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이상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게  것이다. 그래서  이상 내가 필요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우정은 끝났다.


더이상 우리가  일도, 연락할 일도, 연락  일도 없을 것이다. , 그거면 됐다. 제법 만족스러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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