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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Jan 24. 2019

마트에서 만난 파스타 할아버지

아라비아따는 많이 매워요?


마트의 파스타 코너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 (조심스럽게) 토마토소스를 사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요?

나 : (아래쪽 두 라인을 가리키며) 여기에 있는 게 전부 토마토소스예요.

할아버지 : (갸웃갸웃) 이것들이 다 무슨 차이가 있는 거예요?


회사별로도 라벨이 다르고 종류별로도 라벨이 다르니까 이런 걸 처음 접하면 모르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조금 길게, 조금 천천히 하지만 간단하게 차이를 설명해 드렸다. 하지만 토마토소스도 잘 모르시는데 바질이니 뭐니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내 설명을 가만히 듣고만 계시면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나 : 음.. 그냥 매콤한 거 좋아하시면 아라비아따로 사시면 되고 아니면 이걸로 사세요. 이건 제가 좋아하는 건데 맛도 괜찮아요.

할아버지 : ㅎㅎ 매콤한 거 좋아하긴 하는데 많이 매울까요?

나 : 제가 매운 걸 잘 못 먹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맵진 않으니까.. 못 드실 정도로 맵진 않을 거예요.

할아버지 : 안사람이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나 : 아.. 할머니 해드리시려고요? 오... 그러면 이걸로 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소스로 추천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이걸로도 드셔 보시라고 다른 것도 추천해드렸다. 면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면으로 추천했다. 괜히 신나서 추천하고 있는 내게 할아버지는 슬슬 웃어주시며 추천하는 걸 그대로 카트에 담으셨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고마워요-라고 하시더니 다른 코너로 가셨다. 할아버지가 자리를 떠나고 나도 바로 다른 코너로 이동했는데, 문득 할아버지가 파스타를 하실 줄은 아실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저녁에 파스타를 해 먹으며 다시 한번 생각났다. 할아버지는 파스타를 성공적으로 만드셨을까, 맛있게 드셨을까-하고. 뭐,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대로 맛있게 드셨을 거라는 생각이 바로 들어서 나도 기분 좋게 내 파스타를 맛있게 먹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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