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며칠 동안 본가에서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고양이가 새끼 낳았다." 해서 뒷마당으로 가봤다. 뒷마당 담벼락과 옆 집 담벼락 사이 길에 치즈냥이가 새끼들을 낳았다. 깊이 잠든 것인지 조심스럽게 다가 간 탓인지 치즈엄마냥은 계속 자고 있었다. 새끼들은 대략 다섯 마리 정도로 추정. 근데 이 치즈엄마냥도 크기가 그리 크지 않고 나이도 어려 보였다.
진격의 거인 마냥 몰래 가서 담벼락 너머로 넘겨다 보며 괜히 배시시 웃다가 무음으로 사진 한방 찍었다. 치즈엄마냥이가 결국은 내 기척을 느끼고 나를 보며 하악 거리다가 애기들을 향해 빽-하고 소리 내니까 새끼들이 구멍이랑 틈 사이로 샤샥 숨더라. 너무 귀여웠다.
밥은 어떻게 먹고 다니나 걱정이 됐는데 이 동네는 동물병원이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확실히 근방엔 없다. 그래서 특별식 제조에 들어갔다. 길냥이들 보면 주려고 갖고 다니는 사료가 좀 있는데, 그거랑 밥 묽게 해서 참치캔 기름 버리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염분 빼고 싹싹 비벼서 담벼락 밑으로 내려줬다. 치즈엄마냥은 처음엔 이 도시락 배달에 당황한 것 같더니 맛난 냄새 나니까 아주 잘 먹었다. ㅎㅎ 흐뭇. 다음 날은 사료 작은 팩 하나 사서 사료랑 물이랑 내려줬다. 내가 오래 머물진 않지만 내가 있는 동안엔, 그리고 네가 떠나지 않는 동안엔 밥 줄게. 배 곯지 마 마미.
원래는 본가 천장이랑 지붕 사이에 공간이 있어서 길냥이들이 겨울에 거기서 지내는 일이 많다. 그런데 그 천장이 내 방 천장이라는 거지. 그래서 애들이 들어와 있는 건 괜찮은데, 싸움이라도 나면 엄청난 소리가 나서 천장을 쿵쿵 두드리며 "조용히 해!" 하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 일수다. 그러다 늦겨울에 꼭 새끼들을 낳고 낮에 지붕에 쪼로로로록 누워서 일광욕하는 거 보는 낙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하지만 항상 언제 떠날지 모르는 애들이라 항상 있는 동안엔 잘 지내다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치즈엄마냥이랑 다섯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