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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Nov 11. 2019

지하철 임산부석에 대한 의식


거의 매일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임산부가 있다. 거의 티가 나지 않지만 특히나 이제 아우터를 입으니 더 티가 나지 않겠지만 가방에는 선명하게 임산부 패치가 달려 있다. 하지만 그 임산부는 거의 매번 구구절절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자리 양보를 받는다. 젊은 여성에게는 항상 "혹시 임산부이신가요?"라며 차분하고 기분 나쁘지 않도록 최대한 느긋하고 침착한 말투로 묻고 자신의 사정 이야기를 여러 마디 더한다. 그렇게 해서 자리를 양보받는다. 그 외에는 "제가 임산부라서.."라면서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은 그녀가 여러 마디를 하지 않아도 임산부임을 확인하는 즉시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지만 간혹 정말 열 마디도 넘게 말을 해야 일어나는 수준도 있다. 그걸 목격할 때마다 생각한다. 나라면 정말 현타 오겠다-라고. 


한 번은 할머니가 앉아 계셨고 그 임산부가 "저.. 제가 임산부라서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바로 일어나 주셨다. 그러자 그 할머니의 친구분인듯한 다른 할머니가 저쪽에서 쫓아와서 "형님! 왜 일어나요? 왜?"라고 외쳤고, 일어나신 할머니는 "임산부래."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임산부 앞에 서서 "임산부?"라고 두어 번 정도 더 이야기를 주고받으셨는데 그분들이 별생각 없이 주고받은 것이었을게다. 어쩌면 무지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때 임산부의 심정은 어땠을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것 같다. 


임산부의 몸이 힘들어서 임산부석이 존재하는 것인데 그 임산부석에 앉을 때마다 그런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나 그런 상황들이 존재할 테니 정말 온갖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노약자석에 젊은 사람들이 앉지 않는 것이 굳어진 것처럼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의식을 하다 보면 언젠가 자리 잡을 수 있겠지 싶으면서도 최소한 그 자리에 앉는 비임산부는 잠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임산부 패치를 보면 말하지 않아도 바로 일어났으면 좋겠다. 앉을 땐 앉더라도 그 자리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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