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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Nov 18. 2019

결혼

1. 지금까지 나는 내가 결혼을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생각, 그룹에 대한 생각, 신뢰에 대한 생각, 책임에 대한 생각. 완성되기 전에 이미 바사삭 부서져 버린 것들을 복구할 조금의 부지런함도 없기에 결혼이라는 어메이징 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하는 사람들을 대단하게 생각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결혼을 선택하지 못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영역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2. 내가 결혼을 한다면 그 이유는 탈출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악순환과 악의 관계들을 끊어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하게 될 거란 뜻이다. 단순히 독립을 한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에 소속되어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다시 시작해야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가장 쉬운 접근이 결혼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모 아니면 도-일 테니 그 또한 만만치 않은 도전과 모험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안다. 그래도 적어도 계속해서 절망밖에 나오지 않는 그 악순환과 관계들을 끊어 버릴 수만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은 결혼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 지금까지 살아온, 불만이 있든 없든을 떠나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에서 리셋할 수 있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기회로 결혼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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