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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Oct 21. 2019

바르셀로나의 소매치기

연출과 연기의 합작품

스페인을 간다고 하자 "스페인 간다고? 소매치기 엄청 많데. 특히 바르셀로나에 많데."라는 말들을 했다. 같이 여행을 가는 사람이 가방에 달 자물쇠를 샀다. 정작 그 자물쇠는 쓰지 않았지만. 딱히 가방을 메고 다니지 않았고 염려가 커서 그런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고 평온했다. 


"뭐야, 소매치기 없네." 하며 우리들은 웃었다.


그렇게 가우디 성가족 성당을 보러 갔을 때였다. 성가족 성당 맞은편에는 작은 호수가 하나 있다. 그 호수가 비치는 성당이 예쁘기도 하고 거기서 보면 좀 더 사진이 잘 나온다는 이유로 핫스팟이 따로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벤치에 앉아 사람들이 좀 빠지기를 기다렸다. 


"한국사람인가 보다."

호수 앞에서는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A와 B가 사이좋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방을 갖고 있었는데, 가방을 옆에 두고 사진을 찍더라. 불현듯 소매치기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냥 계속 보고 있게 되었다. 그 사람들 근처로 두 명의 여자 C, D와 한 명의 남자 E가 다가갔다. 그들은 뭔가 이야기를 나눴는데 잘 이야기가 통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손짓 발짓을 포함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웃고 있었다. 같이 사진도 찍더라. B가 자리를 떴고 A 혼자 가방을 보고 있었는데, 그 세 명이 또 말을 거는 듯했다. 의심스러웠다. 전날 숙소에서 스페인 사람인 매니저가 알려준 소매치기 유형 중 한 유형의 인상과도 일치했다. 그들은 명품 스카프나 가방 등을 하고 다니며 접근한다고 했는데 그들은 모두 루이뷔통 스카프와 핸드백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옆에 서 있던 여자 F, G 중 F가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 눈은 더 커졌고 귀는 더 열렸다. 그런 내게 G가 영어로 뭐라고 말했는데, 대충 "쟤 소매치기야."였다. 난데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E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C, D와 F가 싸움이 났다. 너 소매치기잖아 어쩌고 저쩌고. 쟤 가방 훔치려고 했지? 어쩌고 저쩌고. 나 소매치기 아니야! 어쩌고 저쩌고. F는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한 A를 붙들어 흔들며 네가 좀 말해보라고 버럭버럭거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울상이 돼버린 A를 도와줘야 하나 생각을 하는데 B가 돌아와 A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A와 B는 자리를 떠났지만 그녀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소리를 질러댔고, 내 옆에 있던 여자는 지나가는 사람들마다에게 쟤 소매치기다, 너 가방 조심하라며 떠들어댔다. 결국은 C와 D가 욕을 하며 그 자리를 떠났는데 저 멀리 사라지면서까지 F와 싸우더라. F와 G도 자리를 떴다.


숙소로 돌아왔다. 매니저가 잘 보고 왔냐고 물어서 그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매니저가 피식 웃더니 말하더라. "걔들 다 한패일걸?" 1차로 접근해서 상대방 가방을 털고 2차로 주변을 소란스럽게 해서 누군가가 그 소란을 틈 타 주변의 가방을 턴다는 설정이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해?라고 묻자, 흔해-라고 쏘 쿨하게 대답해주더라. 그러면서 그럴 때 A처럼 휘말릴 것 같으면 말 못알아듣는 척 하고 이해 안가는 척 하고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라. 그래야 빠져 나올 수 있다-라고 했다.


소름이 돋았다. 그게 다 그 모든 게 다 연출과 연기였다고?...... 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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