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방송이었던 박나래의 스탠드업. 박나래 본인 등판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주류 연예인과 비주류 연예인 혹은 알려져 있지 않은 언더의 꾼들이 모여 보여준 그 방송은 조금은 낯설었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씨름의 희열을 보면서 비슷한 것을 느꼈다. 최근 인터넷에 몇 씨름 선수들의 비주얼과 피지컬 글들이 올라오면서 만들어진 방송이라 생각되지만, 싸움의 희열에서는 그 비주얼과 피지컬뿐만이 아니라 씨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은근히 박진감이 넘치는 디테일이 있음을 알게 됐다. (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
비주류 분야를 알리기 위해 유명 연예인들이 그 분야에 도전하는 프로그램들은 종종 있다. 해당 비주류 분야는 연예인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비주류에서 조금이라도 주류 쪽으로 흘러가기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종종 그 유명세에 가려져 비주류 분야들의 진짜는 잘 안 보이게 된다. 비주류이기에 더더욱 어렵고 척박하고 힘들고 무너지는 것이 태반일 것인데, 그 유명세가 헤쳐 나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쉽고 화려하다. 그리고 사실 방송이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일 것이다. 흔한 분야가 아닌 것을 택해서 눈길을 끌지만 정작 보여주는 것은 해당 연예인의 기술. 그 방식은 상대적으로 포맷을 짜기도 시청률을 확보하기도 어렵지 않을 테니까. 쉽게 가는 길이다.
그런 것에 비해 비주류들이 등장하고 실제 현역들이 등판하고 그것 자체를 보여주는 건 상대적으로 힘이 들 테다. 그야말로 콘텐츠와 인증되지 않은 등장인물들로 승부를 봐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그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그 분야가 주는 장단을 느낄 수 있고, 그 분야가 가진 현실을 느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