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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Jan 02. 2020

일시 귀국


그가 떠난 후, 그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만나는 건 나 정도였다. 그나마도 최근 몇 년은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그러다 2020년이 되어 첫인사로 그에게 톡이 왔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서로의 인생에 치대여 제대로 된 이야기조차 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매 해 첫인사만큼은 언제나 하고 있다) 새해 인사와 함께 "올해는 한 번 들어갈 것 같아"라고 왔다.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다. 10대 시절 그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만나서 예뻤던 그 순간을 함께 하고 그가 미국으로 떠나 버린 후 간헐적으로 보다 최근 몇 년은 보지 못했으니, 이렇게나 꼼꼼하게 나이를 먹은 후에 보게 될 그 모습이 궁금했다. 이렇게나 길게 이어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선택이 주어졌을 때 선택했어야 했나. 그랬다면 지금 꽤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해봤다.


올해 한 번 들어갈 것 같다는 그의 메시지에 기분이 들떠 언제쯤 오느냐 물었더니 영주권 인터뷰가 곧 잡힐 것 같은데 그 후에 한번 들어갈 거 같다고 하더라. 아, 그렇다면 마지막이겠구나. 그 말은, 아마도, 거의, 마지막 한국행이라는 이야기일 테니까. 종종 그는 말했었다. 다시 돌아 오고 싶지 않다고. 아마 그렇겠지. 안 오겠지. 그러면 이제 내가 미국을 가지 않는 이상 우리가 다시 얼굴을 보고 마주 할 일은 없다는 이야기일 게다.


이번에 그가 한국에 들어오면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그를 만나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당장은 표현 못할 아쉬움과 상실감이 크지만 아마도 만나는 그 순간에는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던 그때 그 날처럼 웃고 떠들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겠지. 그러다 어제 만나고 오늘 만났으니 내일 또 만날 것처럼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헤어지겠지. 그게 마지막일 걸 알면서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가 미국을 간 후로는 모든 만남이 마지막 만남과도 같았다. 그저 이번엔 조금 더 쓸쓸해할 뿐이지 않을까-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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