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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Dec 24. 2019

치킨 샐러드를 주문한 할아버지


며칠 전 저녁에 햄버거를 사 먹으려고 매장을 갔었다. 주문하고 앉아 기다리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오셔서는 벽에 붙어진 메뉴 이름과 작은 사진들이 붙어 있는 포스터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셨다. 그리고는 "샐.. 샐러드. 샐. 러. 드. 치킨 샐러.. 드. 샐러드. 치킨 샐러드.." 하면서 치킨 샐러드를 계속 반복해서 중얼거리셨다. 그리고는 카운터로 가서 "치킨 샐러드 하나 주세요."라고 하셨다. 점원은 "드시고 가시나요? 포장이신가요?"라고 했고 할아버지는 "포장이 뭐죠?"라고 하셨다. 점원은 "여기 이곳에서 드시고 가시고 싶으세요? 아니면 가져가고 싶으세요?"라고 다시 물었다. 할아버지는 "아아. 포장. 그 포장." 하시더니 쑥스러운 듯 웃으시면서 여기서 먹고 간다고 하셨다. 뭔가 몹시 긴장하신 것 같았다. 이런 곳이 처음이거나 주문을 처음 해보시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매장은 패스트푸드점이지만 슬로푸드처럼 다소 오래 기다려야만 하는 곳이었다. 손이 느린 건지 일하는 사람 수가 적은 건진 모르겠지만 프랜차이즈인데 타 매장에 비해서도 느렸다. 할아버지보다 먼저 햄버거를 받아먹고 있다 보니 할아버지의 치킨 샐러드도 나왔다.


"이건가요? 치킨 샐러드가?"

점원은 그렇다고 말해주며 필요한 것이 더 있는지 물었지만 할아버지는 아니라며 치킨 샐러드를 들고 내 옆 자리에 앉으셨다. 사이드 메뉴가 끼니가 될리는 없을 테고 작은 볼 안에 몇 알 안 들어 있는 치킨 조각과 풀들을 보며 할아버지는 당황하신 것 같았다. 메뉴판에 사진이야 이 메뉴만 찍혀 보이니 크기를 가늠할 수는 없으셨을 테고 아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니까 선택하신 게 아닐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할아버지는 치킨 샐러드를 드시기 시작했고, 맛은 괜찮으셨는지 표정은 한결 좋아지셨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다음에 또 다른 도전을 하실 때는 다 만족스러우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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