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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Feb 20. 2020

출근길 지하철에서 아기가 울었다


코로나 때문에 그리고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철벽처럼 하고 지하철을 탔다. 출근 시간대이니만큼 사람은 꽤나 많았다. 나는 밖에서는 폰을 거의 보지 않는다. 이어폰도 거의 꼽지 않는다. 그냥 주변을 둘러보는 걸 좋아하고 주변의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 의외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걸 보고 듣게 된다. (그러다가 보기 싫고 듣기 싫은 것들이 있을 때는 폰과 음악으로 피해 보기도 한다.) 


오늘 아기의 울음소리도 그랬다.


아기가 울었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래, 쟤도 답답할 거야. 어른인 나도 이렇게 마스크에 사람들에 답답한데 너는 오죽하겠니.'라고 생각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두 정거장째까지도 계속되자 이제 아기의 부모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울어서 눈치 보이려나. 울음을 그치지 않아 곤란하려나."하고.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유모차. 빨간 비닐 커버로 닫혀 있지만 가운데는 투명해서 아기가 보이는 그런 유모차였다. 저 아기인가 하고 힐끔 봤는데 아기는 너무나도 평화롭게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었다. 


아기가 또 있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큰 키를 이용해 목을 쭉 뽑아 둘러보았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소리 좀 꺼요."라는 말이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아기 울음소리가 그쳤다. 아기 울음소리는 아기 울음소리가 아닌 폰 소리였다. 알람인지 영상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폰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그렇다. 나는 진짜 아기 울음소리가 아니라 폰에서 나오는 아기 울음소리에 온갖 생각을 한 것이었다. 못 들은 사람이 대부분일 폰의 아기 울음소리. 


유모차의 아기는 여전히 평화롭게 공갈 젖꼭지를 뽁-뽁- 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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