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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Dec 29. 2020

8년 만에 톡이 온 이유

8년 동안 연락 없이 지내던 친구에게 톡이 왔다. '오랜만에 하는 연락이라면 결혼이나 정수기, 옥장판, 보험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하며 '왜 연락했지?' 하는 생각으로 친구에게 답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친구가 "너무 오랜만이지?" 라며 텍스트로도 살짝 뻘쭘함이 느껴지더니 "나 코로나 확진 판정받고 치료센터에 있는데 할 게 없다"라는 것이었다. 응? 갑자기?


살짝 감기가 있던 중에 사무실 사람으로부터 감염됐다고 했다. 우선은 갇혀 있기만 하고 많이 아프면 약을 받거나 하며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는 걸로 봐서는 다행히도 크게 증상이 나거나 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몹시도 활발한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위압적이겠구나 싶더라. 얼마나 답답하고 심심했으면 8년 만에 나에게 연락을 다 했을까 하며 간단하게 서로의 근황 소식을 주고받고 옛날에 함께 겪었던 것들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댔다. 역시 추억팔이는 시간을 녹인다.


그렇게 대화의 마지막쯤에 이르러서 친구가 넌지시 내게 물어왔다. 혹시 에피소드가 긴 애니나 드라마 추천해 줄 것 없냐고. 아무래도 긴 시간을 소비할 거리가 필요한데, 계속 새로운 걸 찾는 것도 일이라 장편 시리즈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걸 추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웃었다. 그런 이유로 8년 만에 연락을 받는 것도 나쁘진 않구나 싶었다. 그렇게 친구가 보면 좋아할 만한 장편 시리즈 두세 개쯤 뽑아 볼 수 있는 곳까지 알려주고 서로의 건강을 빌며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치료센터를 나오거나 그전에 심심할 때쯤 다시 톡이 오겠지. 연락이 쭉 이어지지 않아도 좋으니 어디서든 건강하고 즐겁게만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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