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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Jan 17. 2021

런 (Run, 2020)

장애인 배우가 연기를 잘할 때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병을 갖고 태어난 딸과 그런 딸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엄마의 오붓한 이야기일까 싶었지만, '아니쉬 차간티'감독에게는 어림없는 이야기. 딸이 우연히 엄마의 장바구니 속에서 초록색 알약을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180도 달라져 버리게 된다. 한 줄로 이야기하자면 "<라푼젤>과 <미저리>가 만났을 때"랄까.

 

딸인 '클로이'역의 '키에라 앨런'은 이 영화가 첫 영화인데 그 연기가 상당히 눈에 들어온다. 눈에 걸리는 거 없는 자연스러운 장애 연기는 실제로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걸 영화를 본 후 알게 됐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장애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배우가 연기를 잘한 것이었다. 비장애인 배우들이 장애인 연기를 많이 하는 환경들 속에서 실제 장애인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을 때 영화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아본다.

 

굳이 장애에 대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고 장애에 대한 이해를 극 중에 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배우를 통해 그 장애를 노출하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약자라고 감싸지 않고 '클로이' 그 자체로 모든 스릴러 관문을 통과하는 감독의 장애에 대한 접근 방식은 탁월하다. 그 모든 것을 아이디어로, 연출로 풀어버리고 그 자체를 영화의 상징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말이다. 장애인 배우들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때가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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