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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Feb 08. 2021

나의 개와 고양이

내가 울 때 우리 개들은 내 앞에 앉아서 갸웃갸웃 바라보다가 겨드랑이 사이로 그 큰 머리를 디밀고 들어와 가만히 있어줬다. 밀어내도 다시 디밀고 들어오고 밀어내도 다시 디밀고 들어오고. 네가 그렇게 밀어내도 나는 언제나 너한테 붙어 있을 거라는 것처럼. 결국은 그만 울 수밖에 없다. 내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뒤통수를 맨질맨질 만지며 "히.."하고 작게 웃어버리고 만다.


내가 울 때 우리 고양이들은 멀리에 앉아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한번 나를 부른다. 자길 쳐다보지 않으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똑같이 반복한다. 그리고는 결국 내 발등 앞까지 와서 계속 나를 부른다. 앞에 앉아 나를 부르는 고양이의 눈을 마주하면, 정말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봐준다. 정작 무슨 생각으로 무슨 눈빛을 보내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큰 위로를 받는다. 그 눈빛에 마지막으로 크게 울고 울음을 그친 후 손을 내밀면 축축한 내 손에 가만히 얼굴을 대며 부드럽게 비벼준다. 그럼 "히.."하고 작게 웃어 버리고 만다.


지금 내게는 개도 고양이도 없다. 하지만 그 기억이 있기 때문인지 울 때마다 그랬던 개와 고양이를 떠올리고 그 기억에 "히.."하고 작게 웃어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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