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TCH Mar 08. 2021

트라우마는 언제쯤 사라질까

사라지지 않는 나의 영원한 분신

서로 고민을 주고받던 곳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학창 시절에 겪었던 일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며 그것이 자신의 성격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언제쯤 깨끗하게 낫게 되는지도 궁금해했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딱히 어떤 대답을 해주지는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 이야기를 들었지만, 경험으로 치대면 그것은 깨끗하게 낫지 않는 듯하다.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흐르면 다 잊는다-라고들 하지만 그다지 시간이 도움 주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 그 언젠가 겪었을, 겪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그런 일들은 평생을 내 머릿속에서 굴러다니게 된다. 데구루루. 데구루루. 그렇게 굴러다니며 조금씩 조금씩 아주 티 나지 않을 정도로 깎이고 깎여서, 굴러다니던 어느 날 머릿속 한 구석에 콕하고 박히게 된다. 더 이상 굴러 다니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평화와 안정을 얻게 되지만, 일종의 트리거가 발현되면 콕 박혀 있던 그것은 "까꿍"하며 얌체공이 되어 크게 한 번 튀어 오른다. 그 튀어 오름이 작아져 다시 어딘가에 처박히게 될 때까지 편할 수가 없다. 트라우마. 그것은 치료되지 않는다.


그러면 난 평생 트라우마 속에서 괴로워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팁은 줄 수 있다. 트라우마라고 이름 붙인 그것이 어떻게 생긴 건지 잘 봐야 된다는 것. 잘 관찰해서 깨닫게 된 그것의 정체에 대해 매뉴얼과 같은 내용을 만들라는 것. 보탬도 덜어냄도 없이 만들어진 그 매뉴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배포하라는 것. 내가 그 트라우마를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고 영원히 그럴 테지만 적어도 느낌만으로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한결 하찮게 느껴진다. 


깨끗해지지도 않고 완벽히 낫지도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살만해진다. 그것만으로도 한결 편해진다. 나를 짓누르는 것을 하찮게 만들어 대미지를 적게 받는 것이 내 영원한 분신처럼 남겨진 트라우마를 대하는 방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골집이 사라진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