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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Apr 05. 2021

자전거, 날아오르다

걷든 타든, 길거리에선 앞을 보고 다닙시다

의사 선생님이 해가 좋은 날에는 광합성을 많이 해두라고 해서 점심시간에 벤치에 앉아 온 몸으로 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몸은 해에게, 눈은 언제나처럼 내 시야에 걸린 사람들에게 맡겼다.


인도 저쪽부터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게 보였다. 빨간 자전거라 계속 보게 됐는데, 가까워질수록 그가 앞을 보는 게 아니라 폰을 보며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잠시 날아올랐고, 이내 차도로 고꾸라져 나뒹굴었다. 아마도 폰을 보느라 몰랐으리라 추측되는데, 인도에서 차도로 완만하게 이어진 쪽으로 간 게 아니라 그대로 인도 턱에서 점프해 고꾸라진 것이다. 턱이 그리 높지 않은데 이렇게까지 나뒹구는구나 하면서도 무슨 일이 났을까 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나뒹굴기 직전 신호등이 바뀌어 차들이 멈춰 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평생의 운을 다 썼다는 게 이런 거려나. 나 외에도 몇이 그에게 다가갔는데, 쪽팔렸던지 사람들이 다가오자 재빨리 바닥에 흩어진 가방 안 물건들을 주워 담더니 그대로 자전거에 올라타 오던 방향으로 다시 가버렸다. 뒷모습에서 괜히 아픔과 다급함이 느껴졌다.


... 내내 들여다보던 폰도 무사하진 않을 듯합니다만, 옛날에 제가 버스에서 내리던 중, 발을 땅에 딛기도 전에 버스와 인도 사이를 지나가려던 오토바이에 치여 그대로 날아가 떨어져 봐서 아는데 말입니다. 지금 당장은 쪽팔려서 하나도 안 아픈 거 같겠지만 분명히 다쳤고 내일이면 멍도 올라오고 아플 거니까 병원 꼭 가보세요. 그리고 이제 걷든, 타든 길거리에선 앞을 보고 다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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