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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Apr 22. 2021

그래,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지

하지만 "원래 그렇다"라는 것 없어.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 그래 비슷할 수는 있다. 하지만 "원래 그렇다."라는 말과는 다른 이야기다.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이야기에 힘을 보태고 싶을 때, "(너는 모르겠지만) 원래 (다들) 이러니까 그런 줄 알고 내 말을 믿어."라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이랄까. 그러나 우리가 봄 다음이 여름이고 그다음이 가을, 겨울인 것이 원래 그런 것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기후가 변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이때를 생각해보면 원래 그런 줄 알았던 사계절이라는 것도 그렇게 되기 위해 연쇄작용이 일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물며 사람은 어떠한가. 헤아릴 수 없는 연쇄작용과 자유의지라 부르는 각자의 선택이라는 것이 불러오는 미묘한 갈림길이 수천, 수만의 갈래길을 만들어내지 않던가. 때문에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보이는 것들도 들여다보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클리셰가 범벅일 것 같은 영화들은 보기 전부터 이 영화가 어떨 것이고 다 비슷할 것이다-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클리셰를 어느 장면에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그 영화의 실제 감흥이 달라지고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렇게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만나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로나 공감, 피드백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거기서 거기 같은 그것"과 "너의 거기서 거기 같은 그것"이 어떻게 다르고 상대는 그것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고 싶어서 혹은 그와 관련한 말을 들어보고 싶어서 말이다.


  내게는 두 개의 인생 키워드가 있다. "인과율" 그리고 "등가교환"이다. 


  훗날 언젠가에 있을 "과"때문에 지금의 "인"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된다. 미약한 경험도, 미약한 감흥도 훗날 언젠가에는 반드시 쓰인다-는 것이 내 길지 않은 인생에서 깨달은 부분이다. 이 깨달음이 꼭 열심히 산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저 지금의 경험을 훗날 "아, 지금 이러려고 그때 그랬구나"하게 된다는 거랄까. 그러면 하찮아 보이는 모든 순간이 하찮음을 면하게 된다. 지금 당신이 겪은 일도 그렇다. 훗날 생길 어떤 "과"에 아주 작고 작은 원인으로 혹은 기폭제로 또는 작고 작은 도움으로 영향주기 위해 지금 그 "인"을 겪은 것뿐이다.


  등가교환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 내가 뭔가를 얻기 위해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놓게 되고 잃으며 기본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형태만 달라질 뿐 유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얻고 잃음에 크게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잃고, 무언가를 잃어서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것이니까. 


  지금 당신에게 일어난 그 일에 이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위로를 해본다. 언젠가 문득 "어? 이러려고 그때 그랬나?" 하며 피식 웃게 될 날이 올 것임을 믿는다. 지금의 이 생채기가 훗날의 웃음으로 돌아올 것임이 분명하다.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만 원래라는 것은 없고, 당연하게도 당연한 것이라는 것도 없다. 그러니 그럴 때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 생각하고 입을 다물고 마음에 쌓지 말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바란다. 어떤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는 그 일을 내 속에서 한번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이미 한 번의 마음 정리가 되고,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해갈되는 것에 또 한 번 마음 정리가 된다. 들어줄 누군가가 없다면 이렇게 글이라도 써두자.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훗날 이 기록으로 "그때 그 일이 지금 이 일의 밑그림이었구나"하고 깨닫게 해 줄 테니. 그게 반복되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될 수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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