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육아 소식밖에 전할 것이 없는, 육아 휴직 중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슬슬 치아가 나기 시작한 아이가 자신의 팔을 깨물었다면서, 이렇게 작은 아이인데도 깨문 게 너무 아파 눈물이 찔끔 났다고 했다. 남자 조카 셋을 겪어봤기에 조절되지 않은 작은 몸들의 힘을 잘 알고 있는터라 찔끔 난 그 눈물에 위로를 보냈다. 그러자 팔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친구의 팔에 생긴 뽀시래기의 두 개의 치아 자국이 작지만 매우 야무지다.
"OO가 네 팔을 깨문 건 펑키가 황지명의 팔을 깨문 이유와 같지 않을까? 황지명이 돌아가려고 하자 펑키가 쫓아가서 황지명의 팔을 깨물어. 황지명은 아파하지. 그러자 펑키가 말해. 내 얼굴은 잊어도 내가 문 것은 기억할 거라고."
"또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OO도 잊히고 싶지 않은 거야. 그래서 아빠를 깨문 거지. 언젠가 시간이 지나 많은 것들을 잊어버려도 그때 아프게 깨물린 기억만큼은 남아 아빠가 나와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기 바라면서."
"......... 이제 9개월이다!"
그래. 9개월이 몇 번쯤 반복해 지나가면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게 될 테지만, 아빠는 기억할 거다. 언제나 그렇다. 둘 중 한 명이라도 기억하고 있으면 그건 영원한 것이지. 그렇게 그때 그 시절의 둘은 영원을 달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