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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May 13. 2021

죄 많은 소녀 (2017)

그 날의 사실보다 자신들만의 진실이 더 중요한 광기

한 소녀가 실종됐고, 죽음으로 발견된다. 자살 일리 없다, 자살이라면 왜 자살인지 밝혀야 한다, 그 상대에게 내가 잘못한 게 있지 않을까, 아니면 누군가 잘못한 게 있지 않을까, 그 잘못이 있는 자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내 무게가 덜해지지 않을까... 등등 각자의 이기심과 역겨움이 또 다른 소녀를 죄인으로 지목하고 모든 것들을 초토화시킨다.


그 날에 대해 얘기하라, 소녀가 왜 죽었는지 얘기하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죄인이라 지목한 소녀를 질책하고 힐난한다. 하지만 다들 이야기에만 빠져 있을 뿐 정작 그 날의 사실이 어떠했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그 날의 사실에 대한 것은 자신들만의 진실로 덮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에게는 "그래, 당신 말이 맞아."만이 정답인 것이다. 


어떻게든 찢어 죽이고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그 죄인으로 지목 한 소녀에게 덮어 씌우고 비장하게 결말을 지어야 그 사고가 혹은 그 사건이 끝 날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 하였으니 거기에서 야기된 또 다른 죽음에도 자신들만의 진실을 또다시 갈구하기 시작하며 또 다른 죄 많은 자를 찾아대려 한다.


요즘 인터넷이나 뉴스 등에서 시끌시끌한 한, 사건인지 사고인지 모를 그 일에 <죄 많은 소녀>라는 영화가 그렇게나 생각나더라. 너무도 똑 닮은 이야기다. 언론과 대중들이 만들어내는 추리물이 과연 맞는 것인지, 그저 누군가를 죄인으로 만들어 놓고 돌을 던지고 싶은 것은 아닌지, 참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들이 생각하고 만들어 낸 진실들이 그 날의 사실들보다 중요하다고, 정의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광기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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