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그날의 광주 이야기. 사실은 사랑 이야기. 사실은 시대 이야기. 사실은 그냥 그 시간을 그곳에서 살아가던 그들의 이야기. 드라마는 5.18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단순히 5.18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로맨스로 시작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만난 연인들이 이렇게 저렇게 해서 사랑을 하게 된다. 옛날의 순정만화 잡지 속 만화 인물관계도 같기도 하다. 그들은 사투리를 맛깔나게 했고, 그 시대 배경을 잘 보여줬고,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보여줬다. 이거 5.18 이야기 아니었어? 할 정도로 그들의 로맨스가 중심을 잡아가고 재미와 서사를 잘 갖춰 가며 드라마는 진행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가운데에도 곳곳에 그 시대상을 기록한다. 갑자기 5.18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게다.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시민들은 어느 시대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 갑자기 당하게 된 것이 그날이라 말하고 싶었던 게다.
5.18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 그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짜는 경우가 많다. 진지하고, 무겁고,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시작해서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관건인 그런 것들이다. 개인 서사가 얹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도울 뿐이다. 시대를 기록하기 위한 시대작이 된다. 그런데 영화 중에 <스카우트>라는 영화가 그런 형식에서 벗어났었다. '임창정'이 주연이었다는 이유로 그저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로 가는 코미디쯤으로 홍보가 되었는데,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스토리 안에 5.18을 얹었다. <오월의 청춘>도 <스카우트>도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 생각했던 국가로부터 그저 소시민일 뿐인 개인이 상상 못할 폭력을 당했을 때 그 삶이 어떻게 뒤틀리는지를 보여주는데, 직접적으로 5.18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캐릭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5.18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게 한다. 시대를 통해 시대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통해 시대를 느끼는 것은 얼마나 더 비참한가.
역사를 왜곡하는 드라마 등의 작품들이 논란이 나는 이유는 어떤 장르로 그것을 그리던 제대로 전달해야 할 역사에 대해서 진심을 다해 연출하고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시대를 배경과 소재로 쓸 때 작품의 퀄을 잘 뽑고 아니고를 떠나 희화화가 아닌 다른 시점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스카우트>나 <오월의 청춘>을 보고 배웠으면 한다. 그것이 그날의 불행을 먹고 지금을 사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