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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Aug 22. 2021

혼자 사는 사람들 (2021)

<나 혼자 산다>가 지금처럼 변질되기 이전에, 그야말로 혼자 사는 사람이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줄 때 그때가 재밌었던 이유는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너도 아는구나. 나도 그랬는데!" 이 재미가 가장 컸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만 살 뿐, 꾸밀 대로 꾸며진 공간에서 짜 맞춰진 이야기로 재미없는 공동체끼리의 결속이 혼자 사는 사람을 보여주지만 딱히 혼자 사는 것 같지는 않아서 재미가 없어졌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그 초반같은 느낌을 느꼈다. 보면서 몇 번이나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를 느꼈다. 영화가 끝나고 생각했다. 혼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영화네?라고.



'진아'는 혼자인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회사와 집 외의 공간에서는 항상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했다. 집에서도 혼자 사니 딱히 말할 필요 없이 그저 티비와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뿐이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주변과의 관계 맺기를 불편해하고 회피하는 사람이 카드사 콜센터에서 우수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살짝 놀라웠다. 그래도 그건 하는구나 싶어서. 보통은 그것도 버거워하니까. 어쩌면 콜센터 직원을 하면서 더더욱 사람에 환멸을 느끼고 혼자를 택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진아'는 항상 같은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다.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키오스크로 주문 결제하고, 1인 자리들이 쭉 있어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껴 앉아 말없이 핸드폰 영상을 보며 식사하고 나오면 그뿐이기 때문에 거기서만 점심을 먹는 것일 테다. 괜히 1인 식사하기 쉽지 않은 다른 메뉴들이나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는 곳에 가면 그 또한 스트레스 일 수 있기에 '진아'가 가는 그 가게는 정말 최적의 가게였을 것이다. 



점심 식사를 하는 가게처럼 가급적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말을 섞지 않고, 최소한의 필요한 말만 할 수 있는 루틴을 짜고 그걸 매일 매뉴얼화 시키면 꽤 편하다. 물론 안전하라고 평온하라고 만들어 놓은 루틴에 예상 밖의 일이 끼어들면 그때부터는 혼돈이다. '진아'에게 있어서 안 보고 살던 아버지의 연락이 그랬을 것이고, 옆에 끼고 앉아 전담 교육을 해야 하는 신입사원 '수진'이 그랬을 것이고, 복도에서 자꾸 마주치는 이상한 옆집 남자가 그랬을 것이다. 경험상 그런 혼돈이 생겼을 때는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 단절을 하거나 빨리 그 상황이 정리돼서 원래의 내 패턴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진아'도 그러더라. '진아', 너 정말 잘 아는구나.



요즘 1인 가구를 자처하는 경우들이 많다. 결혼을 해봤든 아니든, 가족이 있든 없든, 연애를 하든 안 하든 나 혼자. 가정이라는 것을 꾸리며 누군가와 엮이고 주고받고 하지 않고 그냥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과 환경을 소비하겠다는 1인 가구의 삶. 하지만 재밌게도 지금은 상대적으로 젊고 경제적으로 나쁘지 않아 별 두려움은 없지만, 확실히 먼 훗날 나이 먹고 혼자 살기 버거워지는 순간이 올까 주기적으로 두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종종 현재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우리 나중에 독거촌 만들자."라는 말을 나누는 것일 테다.



결국 혼자 사는 것이 편하고 혼자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말 혼자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누군가와 간헐적으로나마 연결이 되어 있기를 원한다. 최소한 내가 혼자 살다 죽었는데 몇 주 만에 발견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결국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인 것인가. 나 또한 혼자를 외치고 있지만, 이렇게 누군가 하잘 없는 이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있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진아'의 영화 이전 삶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아'는 온갖 곳에서 상처를 받고 살아왔을 것이다. 관계 맺기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상처를 먼저 알게 되어서 제대로 된 작별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두렵고 귀찮고 불편할 것 아닐까. 사람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어 본 적이 없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별 또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버거운 것이다. 그러나 옆집에 새로 이사 온 남자를 통해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색하게나마 관계를 정리하는 작별을 시도해본다. 말은 작별이지만, 그렇게 제대로 안녕-을 나누었다면 언젠가 다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다. '진아'에게 있어서는 굉장한 변화다. 아마 영화 이후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서서히. 천천히. 어색하게. 누군가와의 관계성이 주는 긍정의 맛을 알아 버리면 인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직업을 먼저 바꾸지 않을까, 아니 그전에 점심 메뉴부터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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