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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Jun 22. 2021

타일 바닥 톡-톡-

밤에 화장실 가는 게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모르겠던 그 한밤에,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두고 타일 바닥을 톡-톡- 두드리면, 초롱이는 언제라도 와줬다. 설렁설렁 살짝 열려 있는 문 사이로 나를 힐끔 보고, 앞 발로 문 틈을 열고 "나 불렀어?" 하며 들어와 바닥을 두드린 후 갈 곳 잃은 손 아래로 머리를 작게 쿵-하고 갖다 댔다. 그러면 나는 그 노란 머리통을 계속해서 만졌다. 누군가 봤다면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겠지.


초롱이가 떠난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화장실에서 바닥을 -- 두드려본다. 밤의 화장실이  이상 무섭지 않지만, 그저 나의 노란 개가 보고 싶으니까, 바닥을 -- 두드리면 멀리서라도 와줄까 싶어서, 그래서 두드려본다.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해본다. 언젠가 죽어서 저세상으로  , 가는 길에 반려동물별에 들리는 거다.  인생에 새겨진  반려동물 친구들 이름을 읊조리며 입구에서 바닥을 -- 두드리면   개인 초롱이가 제일 먼저 와주지 않을까. 그리고  뒤로 초롱이 따라  반려동물 친구들이 달려와주지 않을까-하는 상상. 완벽한 해피엔딩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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