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TCH Dec 31. 2021

무너졌던 방

몇 년 전, 마당 건너 쪽방의 방바닥이 그 아래 지하실로 가라앉은 적이 있었다. 싱크홀 같은 거였다. 안 쓰던 지하실이 몇 해동안 물이 꽤 많이 차 올랐는데, 그걸 방관했더니 그렇게 방바닥이 푹 꺼져 그 방에 있던 모든 게 지하실 물속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한 밤 중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 자고 있었다. 엄마는 뭔가 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집 근처 산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다고.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그 사달이 난 걸 보고 모두가 까무러쳤다. 아버지가 아침에 마당에 나왔는데 쪽방 문이 어쩐지 좀 뒤틀린 거 같아 이상해서 문을 열었더니 방이 없어지고 박살난 방바닥과 방에 있던 물건들이 저 아래서 물속에 뒤엉켜 쌓여 있더란다.


원래 그 방은 내가 학생 때 쓰던 방이었다. 그 후 창고처럼 쓰던 방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 방안에 있던 것들 중 건질 수 있었던 건 몇 개 없었다. 이틀에 걸쳐 그 지하실 물을 뺀, 무너진 방은 마치 블랙홀처럼 뻥 뚫려 그 아래를 내려 보기도 겁났다. 


결국 지하실도 없애고 그 쪽방도 없애 버렸지만 한동안 종종 그 자리가 눈에 걸린다. 그 뻥 뚫려 있던 방은 좀처럼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꿈에 그 방이 나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어둠만이 있는 방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뭔가를 던져 넣었는데 바닥에 닿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끝없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나를 던지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깨버렸다. 다음 꿈에는 나를 던져 볼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일기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